지난해 2월 철수설 불거진 이후 법정관리, 법인분리 등 이슈 끊이지 않아
당분간 판매 감소 계속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정상화'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한국GM 부평공장. / 사진=연합뉴스
한국GM 부평공장. / 사진=연합뉴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지 1년이 지났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해 2월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알리며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산 공장 폐쇄 소식을 기점으로 한국GM 철수설이 들불처럼 번졌다.

공장폐쇄 소식이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1년 동안 한국GM은 수많은 논란에 시달렸다. 지난해 4월에는 법정관리 위기도 있었다. GM은 한국GM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한국GM 노사는 GM이 설정한 데드라인을 한 차례 넘기며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결국 법정관리 코앞에서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이후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 자금지원안을 내놓으며 논란은 다소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8월 말쯤에 법인분리 이슈가 터지며 철수설이 재차 고개를 들었다.

논란이 커질수록 판매량은 고꾸라졌다. 지난달 한국GM의 국내 판매량은 5053대로 철수설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전년 동월 1만428대와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몇몇 차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차량의 판매량이 일제히 급감했다. 한국GM의 대표 볼륨차종인 경차 스파크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3% 감소한 2164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 때 기아차 모닝과의 경쟁에서 앞섰던 것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중형 세단 말리부도 지난달 1115대 팔리는 데 그쳐 전년 동월대비 판매량이 24.5% 감소했고, 군산공장에서 생산되던 올란도와 크루즈는 아예 단종됐다. 주력 차종들의 판매가 모두 감소 했을뿐 아니라, 상품군 규모 자체도 줄어든 셈이다. 그나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가 1010대 팔려 전년 대비 판매가 2.3% 늘었지만, 전체 실적 하락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국GM이 판매 확대를 위해 꺼내든 할인카드도 소용 없었다. 연초 중형 SUV 이쿼녹스를 300만원이나 인하했지만 판매량은 152대에 불과했다.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은 되레 한국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철수설과 동시에 영업인력과 정비인력들이 빠른속도로 시장에서 이탈한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한 번 스텝이 꼬이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그러나 한국GM은 경영정상화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10년의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정상화 시동을 거는 데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오는 2020년에 부평공장에서 준중형 SUV가 출시되고, 2023년에는 창원공장에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 나온다. 이를 위해 1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랙스를 2공장으로 옮기는 준비를 하고 있다”며 “노조가 부평2공장 근무 방식을 주간 2교대에서 1교대 전환에 합의한 것도 이런 상황을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한국GM의 내수 판매가 줄었지만 앞으로 나오는 신차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판매 감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관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잡다운, 물류 통폐합 등도 생산이 줄어드니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한국GM이 지난해 총 46만대 팔았으니 앞으로 나올 2종의 신차가 얼마큼 판매량을 끌어올릴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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