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한강변 택지조성 사업 이후 현대아파트 준공
‘특혜분양’ 사건 이후 고급 아파트 단지로 인식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 사업 진행
사업 속도 더디지만···“강남 최고 입지, 수요자 관심 유효할 것”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 재건축 사업 현황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한민국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이 새 단장을 준비 중이다. 준공 반세기를 맞은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들은 현재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로 속도는 더딘 편이지만 한강변 아파트 단지의 역사를 새로 쓸 압구정동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운 상황이다.

◇1960년 초까지 농촌마을…한강변 택지조성 사업 이후 아파트촌으로 탈바꿈

압구정동은 조선시대 권신이었던 한명회가 한강변에서 지은 ‘갈매기와 친하다’는 뜻의 정자 ‘압구정’(狎鷗亭)이 위치한 곳이라는 사실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이곳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물길이 흐르고 주변에는 논과 밭이 주를 이뤘던 농촌마을에 불과했다. 당시 땅값이 3.3㎡당 400원일 정도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압구정동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박정희 정부 시절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다.

정부는 1965년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한 택지를 마련하기 위해 ‘한강변 공유수면 매립 사업’을 진행했다. 한강변에 위치했던 압구정동 역시 개발 대상지에 포함됐다. 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한강변 제방 건설이 이뤄졌고, 그 위에 강변북로가 들어섰다. 이후 제3한강교(한강대교)가 건설되며 강북의 대규모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압구정동 일대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받은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매립 공사를 마치고 지금의 자리에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건설했다. 1975년 3월 이곳에 아파트 공사를 시작해 1977년까지 23개동 1562가구의 아파트를 완공했다. 이후 1987년 14차에 이르는 현대아파트가 건설됐고 한양건설이 시공한 한양아파트까지 들어서며 압구정동 일대는 1만120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조성됐다.

압구정동은 1960년 초반까지만 해도 농촌마을에 불과했다. 박정희 정부의 ‘한강변 공유수면 매립사업’을 통해 택지가 조성된 이후 현대아파트 등이 지어지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사진은 1980년대 압구정동 일대 모습 / 사진=서울시

압구정동이 대한민국 고급 아파트 단지의 대명사가 된 계기는 현대아파트의 ‘특혜분양’ 사건이 터지면서다. 1977년 건설사는 1512가구 중 952가구를 무주택 사원에게 분양하고 나머지 560가구를 시민들에게 공개 분양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무주택 사원에게 공급해야할 952가구 중 661가구는 국회의원·기업인·언론인·대학교수·현대그룹 인원 등에게 불법적으로 분양됐다. 1978년 특혜분양에 대한 전모가 드러나며 당사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그 이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고소득층 아파트의 상징이 됐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있던 명품 매장들이 청담동 명품거리로 떠나고, 학원가 역시 대치동으로 이동했지만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는 지금까지 국내 대표 부촌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은 준공 40~50여년차를 맞아 재건축 연한을 충족한 상태다. 이에 따라 재건축 사업을 통해 새 단장을 준비 중이다.

◇24개 단지,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3구역, 사업성 가장 높아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재건축 사업은 2016년 10월 서울시에 의해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이란 이름으로 개발 청사진이 나온 상태다. 이에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24개 단지가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6개 구역의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이 일대는 1만3000가구 내외의 미니 신도시급 주거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각 구역은 ▲1구역(미성 1·2차) ▲2구역(현대 9·11·12차) ▲3구역(현대 1~7차, 현대 10·13·14차, 대림빌라트)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 ▲5구역(한양 1·2차) ▲6구역(한양 5·7·8차)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구역은 3구역이다.

3구역은 압구정 특별계획 6개 구역 중 면적(36만187㎡)이 가장 넓고 중심부에 위치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구역은 지난해 9월 강남구청으로부터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고 재건축 사업의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추진위는 1대 1 재건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대 1 재건축은 세대수를 거의 늘리지 않고 기존 주택의 면적과 비슷한 크기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일반분양이 줄어드는 만큼 수익성이 크지 않은 사업 방식이기 때문에 주로 자금이 넉넉한 고급 단지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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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아파트지구는 6개의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은 현대아파트 1~3차 일대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특히 추진위는 단지 안쪽 아파트 높이를 최고 49층으로 조성하고 한강변 쪽으로 갈수록 최저 15층까지 낮춰 평균 35층을 맞추는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최대한 많은 가구가 한강 조망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다만 박원순 시장이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한강변 주거지역 내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규제하고 있어 사업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4·5구역은 3구역보다 1년 빠른 2017년에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설립됐다. 4구역은 재건축 후 수익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용적률을 3종 일반주거지역 최고치인 299%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5구역은 최고 50층 높이 아파트를 추진 중이다. 특히 5구역은 12년간 강남구청장을 역임했던 권문용 추진위원장을 앞세워 올 7월 조합설립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6구역은 이미 조합설립을 마쳤으나 조합 주도권을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으로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지난해 초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1·2구역은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아파트지구의 재건축 사업이 일부 조합원들의 의견 불일치와 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요인으로 실제 진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강변 입지, 건물 노후화 등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높은 요소를 두루 갖춘 만큼 사업 기대감은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압구정동 일대 지가는 3.3㎡당 7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수록 그 가치는 더욱 오를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은 남쪽 한강변 라인을 따라 위치한 입지 덕분에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수록 그 가치가 단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 완료 후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는 되는 만큼 초과이익환수제, 층수 제한 등 규제에도 강남 최고의 입지에 입성하기 위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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