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시장 예상보다 고분양가 승인 이어져
업계 ‘분양보증 심사 느슨해졌다’ 의혹에 “기준 그대로 적용” 반박
청약시장 투기수요 거품 걷히고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점은 긍정적…높은 집값 고착화 막는 건 과제

지난해 오픈한 서울의 한 견본주택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오픈한 서울의 한 견본주택 / 사진=연합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분양가 심사기준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소위 ‘110% 룰’로 불리는 HUG 분양보증 문턱을 넘기 위한 HUG만의 심사 기준이 있다지만 기준이 불명확하고 심사가 비공개로 이뤄지면서 고무줄 잣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은 올해 들어 분양한 사업장이 줄줄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 분양가격을 책정한 게 발단이 됐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오는 26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분양을 앞두고 최근 분양가를 공개했다.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분양가는 7억8200만~8억9128만원 선이다. 전용 84㎡ 기준 발코니 확장비는 900만원이 훌쩍 넘어 총 비용은 중간층 기준 8억 5000만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인근에서 입주를 시작한 ‘홍제센트럴아이파크’와 비교했을 때 별반 차이가 없다.

올해 첫 서울지역 분양 아파트인 용두동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도 전용 84㎡ 기준 7억8929만~8억6867만원이었다. 인근 구축인 ‘용두롯데캐슬리치’ 전용 84㎡ 시세가 8억9000만원 선인 것에 견주어보면 분양가가 인근 주택 시세를 모두 반영한 셈이다. 지난달 광진구 화양동에서 나온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 전용 84㎡ 분양가도 9억9000만~12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입주한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 전용 84㎡ 매물 호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됐다.

통상 새로 분양하는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기축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돼왔다. 때문에 최근 분양하는 신규 사업장이 시세를 모두 반영하는 것을 두고 업계와 소비자는 비싸다고 입을 모은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HUG는 고분양가 관리대상 지역을 선정해 고분양가일 경우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는 등, 분양가를 억눌러 집값을 낮추려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분양가를 누르면 기존 구축 집값이 분양가 수준으로 하락할 거라는 판단 하에 분양가 낮춘 사업장에 한해 분양보증을 내주는 식으로 집값을 규제한 것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로 시행했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시장에선 당첨만 되면 시세 차익분인 5억원은 거져먹는 것으로 해석되며 로또분양 열풍을 낳았다. 때문에 수만 세대의 구축이 형성해놓은 주택시장 전반 시세를 정부가 수백세대의 신축단지 분양가를 이용해 통제한다는 계획은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HUG가 이 같은 이유로 올해 부터는 전략을 정반대로 바꿔 분양가 심사기준을 느슨하게 하고 고분양가 사업장이 속속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HUG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사업장 규모, 시공사 아파트 브랜드 등 유사한 사업장 성격을 가진 곳 다수를 산술평균 내는 방식”이라며 “분양승인 기준은 과거와 동일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신규사업장 고분양가는 가격이 높아졌다는 단점은 있지만 청약시장 내 투기수요 거품이 걷히며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그동안 분양가격은 기존 주택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분양받았을 때 향후 차익이 생긴다는 이점 때문에 수요자가 몰렸는데, 지금은 분양가가 높다보니 상투잡는다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투기수요가 걷힐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 역시 “최근 수도권에서 나온 분양 사업장은 가격적으로 수요자를 끌어모을만한 장점은 없었다. 때문에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고분양가 고착과 건설사 수익분 극대화는 극복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HUG가 분양가를 산정하면서 기존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삼은 것 자체가 현 주택시세를 거품이 아닌 적정가격으로 인정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또 고분양가는 건설사와 재건축 조합 배불리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로또청약 당시엔 청약 당첨된 개개인이 웃돈 5억씩 가져가는 형태였다면 이제 분양세대가 100세대일 경우 건설사와 시행사 측인 조합이 500억을 움켜쥐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공급자인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급물량의 90% 정도만 분양되고 10% 가량 미분양이더라도 입주시점에 완판이 되면 이익이 되는 구조다. 로또청약으로 인해 당첨자가 불로소득을 얻는것도 문제지만, 고분양가로 인해 건설사만 고수익을 챙기는 형태가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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