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아닌 ‘민생실용 정치’로 국민 삶의 질 향상 고민해야”···“양극한 대결·양당체제 반복 끝낼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선거제도 개혁 등으로 국회의원 구도 변화 요구
‘정체성’ 논란, 보수·진보 아울러 ‘중도 대평원’ 통합 의지

2월 임시국회는 여야의 대립 속에 공전 중이다. 지난해부터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와 의혹 등에 여야는 갈등 국면으로 빠져들었고, 민생·경제 법안들은 발목이 잡혀있다. 또 정치권의 보수, 진보 등 ‘이념 전쟁’도 되풀이되고 있다. ‘소모적인 색깔 전쟁’이 과잉되면서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른바 ‘5·18망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시사저널e와 지난 18일 만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우리나라 정치가 양극한대결, 양당체제로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은 끝날 때가 됐다”며 “보수, 진보 이런 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민의 실제생활이 문제고, 실제생활을 뒷받침하는 정치가 바로 ‘민생실용의 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협치’, ‘합의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제도 개혁 등을 통한 국회의원 구도 변화와 기존 ‘제왕적 대통령제’에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서도 손 대표는 “정치지형의 변화, 정치구조의 변화가 가까워졌고, 바른미래당이 ‘탈이념 실용개혁 정치’ 등을 펼쳐나갈 ‘골든타임’”이라며 “극단을 제외한 중간지대 대평원이 비어있는데, 우리가 새롭게 모아서 하나의 ‘새로운 2당 체제’를 바꾸는 데 바른미래당이 중심이 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바른미래당이 창당한 지 1주년이 됐다. 당 대표로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할 것 같다.

그동안 당 사무처, 연구원, 지방조직, 중앙당 등 당 체계가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하고, 제대로 기능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정체성 논란이 있고, 일부 의원들의 탈당 등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가 양극한대결 양당체제로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은 끝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조금 올라갔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벌써 5·18에 대한 망언으로 한국당이 흔들리고 있지 않나. 한국당에 전당대회가 아주 극한대결 분열로 치닫고 있다. 이런 것을 보았을 때 이제는 정치지형의 변화, 정치구조의 변화가 가까워졌고, 바른미래당이 ‘탈이념 실용개혁 정치’ 등을 펼쳐나갈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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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국회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다원 기자

‘탈이념 실용개혁 정치’는 대표가 강조하는 ‘중도통합’과 맞닿은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정체성 관련 당내 진통도 보이는데 소통, 합의 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가 보수, 진보를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 정치가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 보수이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을 반대하고, 진보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찬성하는 게 아니다. 민생의 문제다. 민생실용을 강조하는 것은 정치라는 것이 ‘국민의 생활을 어떻게 낫게 해줄 것인가. 그것을 위해서 제도를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하는 것인데, 우리는 마치 모든 것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서 그것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영업자들,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나. 나 자신이 ‘저녁이 있는 삶’을 말했지만, 그 의미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여유를 갖고 나의 내일을 준비하고, 가족, 친구와 함께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지불능력이 없이는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유할 수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을 흔히 진보적인 길이라고들 하지만, 진보적인 길이 물질적인 여유가 없으면 되지 않으니 생산을 해야 한다. 생산하자고 하면 그것은 보수의 길인가? 아니지 않나. 재차 강조하지만 보수, 진보가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저녁이 있는 삶’, ‘함께 잘 사는 나라’를 가지고 나올 때는 새롭게 복지의 과제가 사회적인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을 때다. 경제성장이 한참 이뤄지고 나서 소득불평등, 분배구조의 악화 등에 의한 양극화가 치솟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현재 자동차, 조선, 산업, 철강 등 산업 등 주력 산업들이 뒤처지고 있고, 생산, 고용, 일자리 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계속 복지만을 얘기할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강조하던 문재인 대통령도 요즘은 경제인, 대기업인, 중소기업인,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만나고 있다. 보수, 진보 이런 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민의 실제생활이 문제고, 실제생활을 뒷받침하는 정치가 바로 ‘민생실용의 정치’다. 또한 이것이 보수와 진보를 함께 아우르고, 배제하지 않는 ‘중도통합’의 큰 포용의 정치다.

‘중도개혁’·‘화합정치’ 등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한국당의 ‘5·18 망언’은 당권을 잡으려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데, 당권을 잡으려 하는 이유는 정권을 잡으려 하는 것이다. 정권을 잡지 않으면 모든 것을 놓치는 ‘승자독식구조’에 따른 것이다. 정권을 위해서 극한 대결을 하면서 나온 잘못된 행동들이다.

‘5‧18 참극’은 국가가 벌인 것으로, 이것이 바탕이 돼 ‘6월 항쟁’, ‘민주화’, ‘대통령직선제’ 등이 이뤄졌다. 또한 재작년 ‘촛불혁명’으로 이어지고, 그것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촛불혁명’으로 정권은 바뀌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인사권, 예산, 형법권, 대법원장‧판사 임용권 등 모든 것을 쥐고 있는 대통령제가 바뀌지 않으니 극한 대결로 갈 수 밖에 없었고, ‘5·18망언’ 등이 나오게 된 것이다.

독일의 예를 보고 우리나라 정치도 의회 중심으로 개혁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같이 분단도 있었고,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국가다. 현재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고,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이면서 통일도 이뤘다. 통일 이후에는 세계 최강의 경제 국가로 EU 통합에 앞장서고 있다. 독일의 경쟁력은 정치적인 안정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의회가 중심의 합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면서, 70년 역사에 단 한 번도 단독정부가 없었다. 소연정, 대연정 등을 통해 정책 협의와 통합으로 정치를 해온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경우 사민당의 정책이었지만 기민당 소속 메르켈 수상이 선포한 것이 그 예이다. 당초 정책 자체는 녹색당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협치’를 얘기하고 있지만, 독일은 합의의 정치를 통해 정치 통합을 이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한 4년 동안 처음 내세웠던 ‘4대 개혁’ 중 단 한 개의 개혁안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국회와 의견이 달랐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국회를 설득하려고 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야당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고, 이를 위해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소수정권으로 출발하면서, 자신을 죽이려 했던 김종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사실상 연립정부를 했다. 임기 5년 동안 자기 마음대로 국무총리 임명을 한 것은 마지막 김석수 전 총리 한 명 뿐 이었다. 우리도 그런 진정한 협치, 진정한 합의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구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5.18망언은) 정권을 잡지 않으면 모든 것을 놓치는 ‘승자독식구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한다원 기자

지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단식농성도 했고, 최근에는 ‘손다방’ 등 대국민 여론전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에 변화가 느껴지는가.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해서 국민들이 많이 친숙해하시는 것 같다. 국민이 지지해주면 그만큼 의석을 가져가고, 대통령이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닌 대통령도 국회와 논의하고 협의하고, 국회 합의를 통해 정치를 이끌어나가는 정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라는 것에 이해의 도수가 높아지고 있다. 연동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 지지율도 50%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국회의원 숫자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시는 것 같다. 그렇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대로 300석을 ‘200(지역구) 대 100(비례)’ 등으로 하거나 꼭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도 당론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고, 한국당은 전당대회가 끝나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향후 논의가 이뤄지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될 것이라고 본다. 만약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일부에서 제기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서 기간을 두고 처리할 수도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 같다. 민주당, 한국당 등 이른바 ‘거대 양당’이 소극적이라는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물론 어떤 방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인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300대300이고, 추가 의석이 있는 것이다. 꼭 이 방식이 아니더라도 국민이 준 지지율에 따라서 정당의 의석수가 결정된다고 하는 기본적인 틀은 나오지 않겠나. 일단 도입이 되면 세부적인 내용은 변화‧발전시킬 수 있다.

2월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선거가 1년 2개월 정도 남은 만큼 그 기간 안에 선거제도 바꾸고, 선거구를 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 기간이 있으니 협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는 결정 시한을 넘기는 경우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어려움 없이 운영돼 왔기 때문에 법‧제도의 개선과 개혁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 관련 바른미래당을 향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크다. 선거 국면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당 지지도 등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현재 진보는 민주당으로, 보수는 한국당으로 흡수되고, 바른미래당이 없어지는 거 아니냐는 염려들이 있다. 또한 개별 국회의원과 당원들 사이에서도 조바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근래의 우리나라 정치를 보면 평균 3.7개의 당이 있었고, ‘제3정당’이 항상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도 국민의당이 정당득표율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누가 알았나. 국민들은 아주 현명하게 그것을 나눠주고, 이제는 훨씬 더할 것이다. 절대로 민주당이 과반수를 가져가지 못할 것이고, 한국당은 과반수는커녕 1/3도 어림없다.

정치구도가 이제는 ‘싸움의 정치’에서 ‘통합의 정치’로 바뀌어져야 하겠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다만 국민들은 선택을 빨리하지 않고,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한다.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 들어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선거제도 개혁이 아니라 정치구도가 바뀌어져야 하고, 극한 대립을 제한하고 없애야 한다. 극단을 제외한 중간지대 대평원이 비어있는데, 우리가 새롭게 모아서 하나의 ‘새로운 2당 체제’를 바꾸는 데 바른미래당이 중심이 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한다원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시사저널e와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정치구도가 이제는 ‘싸움의 정치’에서 ‘통합의 정치’로 바뀌어져야 하겠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 들어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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