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랩2050, 서울시에 ‘서울 거주 20대 청년에게 조건 없이 50만원 지급’ 제안
기존 ‘청년수당’ 정책에서 지급 기준 사라져···청년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 분분
전문가들 “청년수당 정책 목표에 대한 명확한 기준 필요”

서울시가 소득 등 특별한 조건 없이 20대 청년에게 매달 50만 원씩 수당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서울시가 소득 등 특별한 조건 없이 20대 청년에게 매달 50만 원씩 수당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서울시가 소득 등 특별한 조건 없이 20대 청년에게 매달 50만 원씩 수당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검토안의 취지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5000명에게 주고 있는 청년수당을 확대 지급하자는 것인데, 소득과 상관없이 국민들의 세금을 나눠준다는 점에서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제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재 중위소득 150% 미만의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소득 수준과 근로시간에 따라 선발한 만 19~34세 청년 약 5000명에게 월 50만원의 수당을 최대 6개월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최근 연구소 랩2050이 이를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것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연구원의 제안은 일종의 ‘복지 실험’이다. 연구소 랩2050은 “2400명의 청년을 3개 그룹으로 나눈 후 1600명은 수당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주고, 800명은 아예 주지 않게 설계해 세 집단의 생활 태도를 관찰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 실험을 통해 만약 수당이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나면 청년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정책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그 내용만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기본 청년수당을 제공했을 때 예산 부담이 높은 것에 비해 실효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 50만원 서울시 청년수당, 청년들 사이에서도 찬반 갈려

이러한 가운데 청년들은 서울시의 복지 실험인 ‘청년 수당’ 정책에 찬반 입장을 보였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내비쳤다.

이 정책에 찬성하는 대학생 박아무개씨(23)는 “청년들은 항상 복지 혜택에서 제외돼 왔다”며 “월 50만원씩 제공되면 조금 여유롭게 취업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이아무개씨(25)는 “물론 청년이 취약계층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취업이 안 되는 상황에서 수당을 조금이라도 받으면 편하게 취업준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청년수당 정책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다만 조건 없이 준다면 일부 청년들은 이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명확하게 기준을 만들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각에서는 혜택을 받는 대상이 서울시 거주 청년으로 한정돼 있어 지방 청년들은 소외된다고 주장했다. 또 청년수당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지아무개씨(25)는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 또 조건 없이 수당을 지급받게 된다는 정책 등은 지방에서 생각할 수도 없다”며 “지방 청년들도 사정 안 좋기는 마찬가지인데 서울시에만 한정된다는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윤아무개씨(26)는 “청년수당을 조건 없이 준다면 대부분의 청년들은 악용할 것”이라며 “청년수당 내역을 서울시에 제출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용돈 식으로 지급하는 정책은 예산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연구원과 랩2050에서 국회토론회 등을 통해 청년 24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서울시에 제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시 차원에서의 정책 실험 추진 여부 및 시기, 방법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복지 예산 순위 취약계층 아닌 ‘청년’으로?

이러한 가운데 랩2050은 20대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랩2050 대표는 “20대가 가장 혁신적이고 창업도 많이하고 새로운 걸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런 상태로 놔두면 우리 사회 역동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20대는 안정감을 주는 복지 제도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다.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 20대에게 전체적으로 주어지는 분배 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청년수당 정책이 시행될 경우 따르는 예산 부담도 한계로 꼽힌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정책을 실험 차원에서 시범적으로 2년간 서울시 청년 1600명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데 연간 100억 원을 쏟아 붓는다는 점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책 연령 기준을 20세 또는 만 24세로 특정 나이를 정한다면, 한 해에 월 50만원씩 연 600만원을 수령할 수 있게 하려면 7000억~8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 정책을 제안한 연구소 랩2050은 우리나라 복지 예산 전체 규모는 160조 원이고 매년 10%정도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랩2050은 “전체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며 반론했다.

아울러 이 제도를 제안한 랩2050은 청년수당 정책 대상을 청년 전체로 확대해도 예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랩2050 대표는 “우리나라 전체 복지 예산 규모는 매년 10% 정도 늘어난다. 서울시에서도 복지 예산이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부분만 10조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복지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는 것을 지적했다. 취약계층, 노인, 빈곤, 출산, 교육 등 시급한 복지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지 않는 청년에게 예산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복지는 원래 취약계층, 즉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다. 현실적으로 서울에 50만원이 없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거나 교통편을 이용하지 못하는 청년은 극소수”라며 “복지를 청년으로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다. 또 이 제도가 실행되더라도 청년들을 위한 정책적 목표가 뭔지 명확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계층이 현저히 낮거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지급하는 방안은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세금은 조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 마련에 큰 신경을 써야 한다”며 “이 정책이 갖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 정책 목표와 연계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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