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 간 ‘2차 거래’···가이드라인 사각지대
채권 부실 여부 검증 어려워···투자자 주의 요구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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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기업이나 개인이 자유롭게 대출 및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P2P 금융이 이제 회원들 간 채권 거래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투자자 간 채권 거래가 활성화되면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한편으론 이런 ‘2차 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P2P금융업계, 앞다퉈 ‘2차 시장’ 오픈···유동성 문제 해결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P2P 금융업체들이 잇따라 투자자들끼리 채권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열고 있다. 개인 신용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P2P업체 렌딧은 지난 18일 투자자들 간 렌딧에서 투자한 채권 중 정상 상환 중인 채권의 원리금 수취권을 사고팔 수 있는 ‘렌딧마켓’의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투게더펀딩과 공공기관 채권을 다루는 펀펀딩,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사를 맡았던 팝펀딩도 대출채권 거래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P2P 금융업계가 앞다퉈 원리금 수취권 거래 서비스를 내놓는 건 P2P 투자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투자자 입장에선 은행 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P2P 금융이 각광받아 왔다. 실제로 2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75% 수준인 반면 P2P 대출 상품 투자의 평균수익률은 대출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10~13% 수준이었다.

그러나 P2P 투자는 한번 투자하면 중도해지가 불가능하고 만기 때까지 돈이 묶인다는 단점이 있었다. 채권 시장 도입은 이런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P2P 업체들이 내놓은 대안인 셈이다.

가령 만기가 12개월짜리인 대출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가 3개월 후 다른 투자자에게 원리금 수취권을 팔면 원금과 3개월분의 투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

◇ 금융당국 관련 가이드라인 ‘부재’···‘2차 투자자’ 피해 우려

채권거래 시장이 P2P 금융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는 추세지만 회원들 간 ‘2차 거래’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투자자들이 사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P2P 상품에 최초 투자한 ‘1차 투자자’의 경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리·감독이 이뤄지는 반면 원리금 수취권 거래에 관련된 ‘2차 투자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마련돼 있지 않다. 채권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온전히 업체 자율에 달린 셈이다.

또한 P2P 금융시장은 은행 및 공공기관을 통하지 않는 업계 특성상 채권 관련 정보를 대출자가 제공하는 서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채권의 부실 사실을 미리 안 투자자가 해당 채권을 2차 시장에 내놓는다 해도 부실 여부를 검증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채권거래 시장에 부작용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핀테크혁신실 관계자는 “원리금 수취권 거래를 허용해 P2P 투자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업계 입장도 고려될 필요가 있지만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허용해야할지 금융위원회와 함께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잠정적으로는 본인이 취급한 채권에 대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일부 허용을 하되 투자 규모에 대해서 일정 부분 제한을 설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체로 대출 취급 시점과 원리금 수취권을 다시 거래하는 시점이 다르다”며 “그 사이 해당 채권에 변동사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한 정보공개를 더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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