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예비입찰 마감···넷마블, 카카오, 글로벌 사모펀드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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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넥슨의 예비 입찰이 최근 마감됐다. 넷마블, 카카오를 비롯해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넥슨 매각 시나리오는 크게 국내 기업의 넥슨 인수, 글로벌 사모펀드의 넥슨 인수, 매각 유찰 등 세가지로 압축된다.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넥슨 매각을 주간하는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넥슨 인수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넷마블과 카카오가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크래비스 로버츠(KKR), MBK파트너스 등도 이번 인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넷마블·카카오 등 국내 기업이 넥슨을 인수하는 경우

현재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은 넷마블 또는 카카오가 넥슨을 인수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 기술 및 지적재산권(IP)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넥슨 입장에서도 글로벌 사모펀드에 팔리는 것보단 국내 기업에 팔리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모바일게임 전문 제작사인 넷마블의 경우 넥슨 인수를 통해 PC 온라인게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모바일게임과 비교해 온라인게임은 장기 흥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넥슨의 최근 호실적도 ‘던전앤파이터’ 등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온라인게임 덕분에 가능했다. 다만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두 회사의 관계는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두 회사는 온라인게임 ‘서든어택’을 둘러싼 분쟁을 비롯해 엔씨소프트 백기사 문제 등으로 대립한 적이 있다. 특히 넥슨은 넷마블에게 예비입찰 초대장(티저레터)조차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마블과 넥슨은 과거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티저레터를 보내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넥슨 직원들이 넷마블보다는 카카오에 인수되는 것을 더 원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업영역이 많이 겹치는 넷마블에 인수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에 인수될 경우 ‘다음’과 ‘카카오톡’ 등을 활용해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컨소시엄 구축에 있어 게임 전문 기업인 넷마블이 카카오보다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등 해외 기업에 매각되는 경우

두번째 시나리오는 넥슨이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경우다. 이 경우 넥슨이 보유하고 있는 게임 기술을 비롯해 던전앤파이터 등 다수의 인기 IP가 해외로 유출되게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국 텐센트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를 모집해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한 후, 기업가치를 높인 뒤 이를 되팔아 수익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넥슨의 경우 그동안 ‘다양성’을 기업 가치로 내세워 왔다. 최근 이른바 ‘돈이 되는 장르’에 게임이 쏠리고 있는 상황속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한 곳은 사실상 넥슨이 유일하다. 아울러 넥슨은 ‘클래식 RPG’라는 이름으로 과거 출시됐던 게임들을 계속 서비스해 왔다. 만약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될 경우 이러한 돈이 되지 않는 게임들은 대거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역시 국내 기술의 해외 유출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사모펀드들도 이러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넷마블, 카카오 등 국내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매각이 유찰되는 경우

마지막 시나리오는 매각 자체가 유찰되는 것이다. 현재 넥슨 매각은 업계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에서도 국내 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특히 업계 1위라는 상징성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생긴 넥슨 노조도 향후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변수들은 넥슨 매각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대표가 생각한 금액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넥슨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금의 몸값 역시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규 게임들의 흥행 실패 등을 이유로 향후 넥슨의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의 몸값은 높지만 그 몸값이 5년, 10년 후 유지되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도 지금이 넥슨을 매각할 절호의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반면 넥슨 인수 업체들은 지금의 높은 몸값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매각 자체가 유찰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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