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중개업소 “거래량 급감에 문 닫을 돈 없어 운영 중” 하소연도

서울 강남권 지역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을 소개하는 정보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권 지역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을 소개하는 정보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곳은 그동안 정부의 날 선 부동산 정책에도 늘 건재함을 과시해왔다. 특히 12~2월은 새학기를 앞두고 선행학습을 하려는 맹모들이 몰리며 부동산 시장은 신학기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교육열 심화는 여전하지만, 지금은 매물이 남아돌 정도로 매수자가 없다는 게 놀라울 정도라고 공인중개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같은 분위기는 실거래가 데이터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9.13 대책 이전 20억 안팎으로 실거래되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43㎡가 최근에는 17억원에 손바뀜됐다. 가격만 하락한 게 아니다. 실거래건수는 거의 실종 수준이다. 지난해 1월부터 2월 중순까지를 기준으로 총 36건 실거래 됐던 게 올해는 단 두 건 성사에 불과하다.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낯설고 당황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대치동은 그동안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며 신학기 시즌에 손바뀜이 활발히 일어나는 특수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은 자유학기제 운영지역으로 중학교 1학년 1년 중 단 한번만 시험을 치른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교 내신 시험준비에 할애해야 할 시간을 번 셈이어서 이 때 학원을 등록하고 고등 수학과정을 선행학습하는 사례가 흔한데, 이 같은 교육과정을 누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유입되는 수만도 적지 않았다.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2~2월은 신학기 준비로 드나드는 경우가 많아 한해 중 가장 분주했던 시기인데 이번엔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A공인중개소장은 “교육 열기는 여전하지만 부동산시장은 죽었다”며 “작년부터 사무소 운영이 적자인데 문 닫고 싶어도 닫을 돈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운영한다. 매매시장은 물론 전‧월세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 침체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대출규제와 9·13 부동산 대책에 이어 최근 공시가격 인상까지 시장을 위축시킬 요인이 도사리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재료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특히 대치동의 경우엔 재건축 거래 규제도 매수심리 위축에 한 몫 한다. 대치동 부동산 시장은 교육 수혜지역임과 함께,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우성, 선경, 미도, 쌍용 등 준공 30년이 지난 재건축 추진 노후아파트가 많아 재건축 투자자들의 발길도 많았지만 지금은 1주택 이상의 보유자일 경우 대출도 전혀 나오지 않아서 재건축 투자자들의 발길도 뜸하다.

갭투자 역시 불가능한 수준으로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벌어졌다. A 소장은 “대치현대의 경우 한때는 매매와 전세가 갭이 1억원 내외일 정도여서 투자가 활발했지만 현재는 등기비 포함 최소 7억원은 있어야 가능하다”며 “정부의 정책으로 매수심리 위축이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과장은 “전방위적 하락 추세속에서 학군 우수지역이라고 수혜를 받고 있진 못하고 있다. 이는 대치동 뿐 아니라 목동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도 상황이 좋지 않다. 사업진행 초기단계일 경우엔 안전진단통과라는 단계가, 진행 중기 이후 사업장의 경우엔 초과이익환수제라는 과제가 있어 시장이 하방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은 물론 실수요자들도 당분간 시장을 관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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