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5G 전파 송출이 이통 3사 콘텐츠 경쟁 신호탄”
이통사 케이블업계 상황 악화에도 인수합병 나서···“5G 콘텐츠 제공 위한 포석”

연초 5G 콘텐츠부터 시작된 이동통신 3사 간 경쟁이 유료방송시장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이동통신 3사 간 경쟁이 유료방송시장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연초 5G 콘텐츠로부터 시작된 이동통신 3사 간 경쟁이 유료방송시장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이통 3사는 5G를 이용한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콘텐츠를 앞다퉈 선보인 데 이어, 유료방송 시장에선 판을 뒤집기 위한 인수합병(M&A) 등 합종연횡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한 데 이어 SK텔레콤도 SK브로드밴드를 통한 티브로드 M&A를 결정했다.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1위인 KT가 합산규제 논의로 발목 잡힌 사이 두 이통사가 발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 “첫 5G 전파 송출 이후 경쟁 시작”

지난해 12월 이통 3사는 동시에 첫 5G 전파를 송출하며 ‘5G 시대’ 개막을 알렸다. 이통 3사는 입을 모아 5G 킬러 서비스로 VR 등 ‘미디어 콘텐츠’를 꼽았다. 첫 전파 송출이 5G 시대 개막을 알림과 동시에 5G 콘텐츠 경쟁의 신호탄이 된 것이다.

이후 이통 3사는 각자의 5G 콘텐츠를 선보였다. 가장 먼저 KT가 나섰다. KT는 지난해 11월 기가 라이브 TV를 선보였다. 550편의 영화와 예능을 VR 영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CES2019에서 VR과 AR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구글과의 협업을 알렸다. 두 회사는 VR 콘텐츠 제작을 위해 각각 절반씩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가 콘텐츠를 제작하면 구글이 유튜브를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3월 말 자사 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옥수수와 푹(pooq)의 통합 법인을 출범하고 VR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통 3사 관계자는 “이전엔 요금 및 혜택 경쟁만 있었다면 이제는 콘텐츠와 미디어 경쟁의 시대”라며 “5G 전파 송출이 이통 3사 간 경쟁의 시작을 알린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이통사의 유료방송 경쟁도 ‘5G’와 관련 있어

지난해 상반기 기준 SK브로드밴드의 IPTV 가입자는 447만명으로 유료방송시장(케이블・IPTV・위성)점유율은 13.97%이다. 티브로드(9.86%)와의 합병이 성사되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23.8%가 된다. 앞서 LG유플러스도 CJ헬로를 인수해 점유율을 24.43%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시장 점유율 1위 KT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와 합산 30.86%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비교.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비교.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1위 자리를 위협받는 KT도 인수합병에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다. KT는 지난해부터 딜라이브(점유율 6.5%) 인수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전체 시장의 3분의 1로 제한하는 규제를 말한다. 지난해 6월 법안의 유효기간이 끝나 국회는 관련 법안 재도입을 논의 중이다.

이에 일각에선 케이블업계 상황이 나빠진 것을 고려할 때 이통사들의 케이블업체 인수합병 행보가 의아하다는 말이 나온다. 케이블업계는 가입자 규모 측면에서 지난 2017년 말 기준 IPTV에 역전당했다. 케이블 가입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통사들이 케이블업계 1, 2위 업체(CJ헬로, 티브로드) 인수합병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높여 자체 제작 5G 콘텐츠 소비를 늘리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현재는 5G 콘텐츠를 제작하더라도 이를 제공할 플랫폼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통사들의 유료방송 시장 경쟁을 두고 “과거와 달리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 제공이 묶여서 성장하는 시대”라며 “소비자들이 이통사가 만든 5G 콘텐츠를 이용하게 하려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교수는 “자체 제작 콘텐츠가 좋다면 (현재는 상황이 안 좋더라도) 플랫폼도 같이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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