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밋타워’ 임차인으로 나선 대우건설···송도 IBS타워는 공실로 매년 100억원 손실
대림산업, 플랜트 사업부 2015년 광화문 ‘D타워’에 입주시켰지만···임대료 부담으로 이전 결정
도심권 공실률 증가 추세, 향후 전망도 어두워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이 '책임 임대차 계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책임 임대차 계약이란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이다. 시공사 입장에서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용이하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할 경우 임대료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  실제 대우건설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매년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대림산업 역시 공실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일부 사업부를 입주시켰음에도 막대한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대우건설, 공실 우려해 임차인으로 직접 나서···송도 IBS타워, 공실로 매년 100억원 지출

2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현재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종로 새문안로 사옥을 떠나 오는 6월경 서울 중구 을지로4가 소재 ‘써밋타워’로 이주할 계획이다. 써밋타워는 대우건설과 한호건설이 공동으로 출자해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6-3구역에 짓고 있는 지상 20층~지하 8층, 2개 동 규모 프라임 오피스 빌딩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오는 6월경 서울 중구 을지로4가 소재  ‘써밋타워’(사진)로 사옥을 옮긴다. 10년 간 책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대우건설이 도심 오피스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 마땅한 임차인을 찾기 쉽지 않자 직접 임차인으로 들어간 것이다.  /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은 오는 6월경 서울 중구 을지로4가 소재 ‘써밋타워’(사진)로 사옥을 옮긴다. 10년 간 책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대우건설이 도심 오피스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 마땅한 임차인을 찾기 쉽지 않자 직접 임차인으로 들어간 것이다. / 사진=대우건설

시행사인 한호건설은 대우건설을 통해 지난해 8월 KT AMC·BC카드 컨소시엄과 써밋타워에 대한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4월 준공 완료 후 잔금이 해결되면 오피스 서관(Tower A)은 KT AMC, 오피스 동관(Tower B)은 BC카드로 소유권이 넘어간다. 대우건설은 서관을 임차해 사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이 써밋타워에 임차인으로 들어간 이유는 6-3구역 사업에 33%의 지분을 투자하면서 10년간 임차를 책임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은 임대인에게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보장해야 하는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공실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대신 지급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4월 완공을 앞두고 도심권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 마땅한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우건설이 이러한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또 다른 배경에는 책임 임대차 계약으로 인해 손실을 경험한 전례가 있어서다. 대우건설은 2011년 완공된 인천 송도 IBS타워에도 10년 책임 임대차 계약을 한 상태다. 하지만 IBS타워는 현재 절반 이상이 공실이다. 이에 대우건설은 공실에 따른 임대료 100억원 가량을 고스란히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림산업, 광화문 ‘D타워’ 임대료 부담으로 플랜트 사업부 이전 결정 

대림산업 역시 책임 임대차의 덫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대림산업은 JCP인베스트이차, 미래에셋증권, KB부동산신탁, 한국자산신탁 등과 함께 프로젝트금융회사(PFV)인 청진이삼프로젝트를 설립했다. 이후 광화문 소재 토지를 매입해 ‘D타워’를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10년 간 D타워 건물 전부를 임대하는 책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대림산업 역시 광화문 ‘D타워’(사진)에 10년 책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임대료 부담으로 앞서 입주시킨 플랜트 사업부를 이전시키기로 결정했다. / 사진=대림산업

대림산업은 2015년 6월 D타워의 절반이 넘는 면적에 플랜트 사업부를 입주시켰다. 하지만 플랜트 사업부는 최근 IBS타워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매년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임대료로 사용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플랜트 사업부에서 연간 지출하는 임대료는 연간 200억원을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대림산업은 플랜트 사업부가 이전한 자리에 새로운 임차인을 들일 예정이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D타워가 위치한 광화문 등 도심업무지구(CBD) 오피스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3.2%p 상승한 15.7%를 기록했다. 강남업무지구(GBD)가 7.7%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역시 경기 침체로 인해 임차인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개발이익을 위해 내걸었던 책임 임대차 계약이 건설사들에게 제 살 깎기 형국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며 “앞으로 경기의 불확실정 확대로 도심권 빌딩의 공실률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당 건설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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