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언론, 2차 북미정상회담 협상 의제 등 일제히 보도 안해
중국 외교부 “2차 북미정상회담 순조롭게 진행되길 기대”
전문가들 “중국 무역협상 시기 임박으로 미국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중국은 북미 간 협상 의제는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선 등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논의와 중재 역할을 적극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침묵’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미중 무역협상 시기가 임박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 관영매체들은 지금까지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두 번째 만남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가는 과정에서 열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을 인용해 짧게 보도했다.

특히 중국 매체들은 북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간 회동 가능성,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의 동선 등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중국의 이번 침묵은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때와 다른 모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중국은 국제사회에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임을 부각시키면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또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두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성과를 의도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이 지난해와 달리 침묵을 유지하는 데는 미중 무역협상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휴전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 타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한을 연장하기 위해 미국을 자극시키지 않으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각종 지표상으로 경기가 급격하게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고용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경제가 불안정한 상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중무역전쟁 협상이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 정부, 특히 트럼트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고 싶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中 외교부, ‘2차 북미정상회담’ 기대감만 드러내

이러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2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해 적극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화망 등에 따르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미중 간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북한과 미국 양측이 더 많은 성의를 보이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신에 따르면, 겅솽 대변인은 북미 실무팀이 2차 정상회담의 준비 작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는 데 새로운 동력을 주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가능성엔 여전히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 위원장이 열차를 통해 베트남으로 향할 경우 이틀 반나절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중국 정상과 만날 시간적 여유가 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떠나 평양으로 돌아갈 때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겅솽 대변인은 북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완강히 부인하지 않은 채 “중북 사이에는 고위급 상호방문의 전통이 있다”며 “질문한 사항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외교부가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하기 전, 혹은 떠난 후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시진핑 주석을 만난 바 있다.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지난 1월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이 다음달 3일부터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김 위원장이 베트남 귀국길에 베이징을 들릴 수 있다.

중국은 양회 기간 특별한 일이 아니면 외빈을 받지 않는다. 다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 특수한 상황인 만큼 시 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 회의 개막식 연설을 제외한 시간에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항공기로 되돌아간다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적다”며 “다만 지금 철도와 항공을 병행해 간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경유해서 간다면 어떤 형태든 중국과 만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만약 이번 협상 결과가 대북제재 부분 완화로 이어진다면, 김 위원장은 중국 남쪽 지역, 해안지역에 있는 공단을 방문하고 북한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그 후 시진핑 주석과 만나 회담 상황을 공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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