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형 가맹점 카드 거부 사태 재현 우려
중간에 낀 소비자들만 피해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에 나선 가운데, 그 불똥이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의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에 나선 가운데, 그 불똥이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의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에 나선 가운데, 그 불똥이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의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속에서 중간에 낀 소비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 당국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드사-대형 가맹점, 카드수수료 둘러싼 대립 예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최근 시작된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한 결과 연간 약 8000억원의 수수료 경감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연매출액 30억원 이하 가맹점의 경감분(5700억원)과 30억 초과 가맹점의 혜택(2100억원)을 더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카드사들이 연 매출 500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들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롯데·우리·하나 등 8개 카드사들은 최근 연 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에 오는 3월부터 수수료를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 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 가맹점은 대형마트, 백화점 등 약 2만3000곳이다. 현재 1.8~1.9% 수준인 카드수수료율을 0.2~0.3%포인트 정도 더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카드사 노조는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과 하한선 법제화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형 가맹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자신들에게 정부의 수수료인하 손실분을 전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대형마트들의 경우 그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6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과 비교해 20.9% 줄어든 수치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84억원으로 전년 대비 79.0%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금융 당국은 카드사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가맹점 계약은 카드사와 가맹점의 자유의사이지만 수수료율은 법의 취지와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전법에 따르면 대형 가맹점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지 못하며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 가맹점은 카드매출 규모와 수수료 협상력이 커 중소형 가맹점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왔다”며 “이를 개편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중간에 낀 소비자가?

문제는 이러한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의 카드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갈등속에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 발표 이후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 혜택을 점차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도 카드사들은 각종 이벤트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대형 가맹점들이 카드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카드사와의 거래를 끊고 해당 카드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과거 비슷한 사례가 몇 번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04년 벌어진 비씨카드와 이마트 사이의 수수료 분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마트는 비씨카드가 수수료율을 1.5%에서 2.3%로 올리겠다고 통보한 데 반발해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이마트가 계산대에서 비씨카드를 받지 않자 소비자들의 불편 사례가 속출했다. 결제거부는 7개월 가량 지속됐으며 비씨카드는 결국 1.6~1.85%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조정했다. 

2012년에는 삼성카드와 외국계 대형할인점 코스트코 사이에 수수료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역시 6개월 간 긴 싸움이 이어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았다. 아울러 2014년에는 현대자동차가 1.9%였던 카드복합할부 수수료 상승을 두고 신한카드와 비씨카드에 계약 취소를 통보한 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의 갈등으로 인해 과거 카드 거부 사태가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카드수수료 관련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그동안 소비자들이 누리던 여러 혜택은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금융 당국은 신용카드 가맹점에 부당하게 높거나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관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카드업계의 고비용 마케팅 관행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오는 1분기 중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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