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 및 고채도 색상 주변경관과 부조화 이유…지양해야 할 사례로 꼽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임대주택사업으로 재계서열(공기업 제외) 13위까지 우뚝 올라선 부영이 경기도 한 지자체로부터 굴욕을 당했다. 주택사업 전문 기업임에도 불구, 아파트 외벽이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않아 도시경관 차원에서 지양해야 할 사례로 꼽혔기 때문이다.

21일 경기도 남양주시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남양주시 건축경관 가이드라인’을 보면 건축물을 단독주택, 공공주택, 상업업무시설, 공공공익시설, 공업시설 등으로 세분화해 놓고 미관 차원에서 각각의 지향하거나 지양할 사례를 지정했다.

부영은 공공주택 부문에서 지양해야 할 사례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선정된 아파트 외벽에는 각 동마다 산수도가 수놓아져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변화를 연상케 하는데 계절의 변화를 표현하다보니 색채를 다채롭게 사용해 알록달록한 느낌이다. 해당 아파트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화제였는데 누리꾼들은 ‘도심 속 자연풍경이 삭막하지 않고 멋지다’, ‘정신사납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청 관계자는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여서 그럴 수 있지만 원색과 고채도 색상을 많이 사용해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라며 “해당 아파트 사례는 과거 경기도 건축경관계획에서도 지양해야 할 사례로 올라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영은 이번 사례 뿐 아니라 과거부터 줄곧 아파트 브랜드와 디자인 개선 요구가 이어져왔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위해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브랜드를 신규 론칭하거나 외벽에 커튼월 방식을 도입하는 등 주거품질과 건설 기술력에 힘을 쏟는 데 반해 별다른 전략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위례신도시 부영 사랑으로 입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절차를 거쳐 ‘위례더힐55’라는 이름으로 단지명을 개명하기도 했다.

한편, 주택 소비자의 인식수준이 바뀌면서 국내 주택사업 기술력 및 경관디자인은 점점 더 중요도가 커지는 추세다. 경기도청 건축디자인과 관계자는 “건축심의 절차에 따라 다른 위원회보다 경관위원회 심의를 먼저 받게 돼있다. 스카이라인 구성이나 통경축 확보에 대한 자문도 이뤄지는 등 과거에 비해 경관위원회 입김이 세지는 추세”라며 “해당 사업장은 사업장 규모 등 조례에 따라 경관심의 제한을 받지 않았던 사업장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영 관계자는 “남양주시 해당 단지는 한 입주민의 제안으로 산수화를 그려넣게 된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지양사례로 꼽은 것은 몰랐다. 개인의 취향따라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좋게 보는 시각도 있지 않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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