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토니모리·에뛰드·더페이스샵 등 1세대 로드숍 수익성 하락 계속···올리브영 등 H&B 스토어는 상승세
토니모리·에스쁘아·어퓨 등 로드숍 브랜드들 H&B 입점 활로 모색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때 국내 뷰티 시장을 장악했던 원브랜드 로드숍이 줄줄이 적자전환 및 영업이익 하락을 겪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감소도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제는 내국인들마저 잘 찾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화장품을 사러 더이상 '미샤 매장'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장품은 어디에서 살까. 위의 꺾은선 그래프만 봐도 알 수 있다. 올리브영 혼자 오름세에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고가의 수입 화장품을 사기 위해서 면세점이나 백화점에 가거나, 혹은 중저가 화장품을 사러 올리브영과 같은 H&B(헬스앤뷰티) 스토어에 간다. 국내 H&B스토어 중 업계 1위인 올리브영만 봐도 그간 매출이 계속해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사업부문 매출은 2014년 631억원에서 △2015년 7603억원 △2016년 1조1270억원 △2017년 1조436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1세대 로드숍 브랜드들의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미샤, 어퓨 등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7.4% 줄어든 345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손실은 189억원 59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적자전환 이유에 대해 "H&B 스토어를 통한 중소브랜드의 시장 진출로 내수시장의 경쟁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사진=미샤 유튜브 캡처.
/사진=미샤 유튜브 캡처.

토니모리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809억원을 기록한 토니모리는 같은 기간 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영업손실액(19억원)보다 2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토니모리는 2015년 174억원, 2016년 17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다가 2017년 적자전환한 뒤로 2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운영하는 로드숍 브랜드 역시 고전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온라인 채널에서의 매출이 늘었지만, 로드숍 채널에서 매출이 줄며 매출과 영업익 모두 전년 대비 7%, 25% 줄었다. 에뛰드 역시 매장수 감소와 로드숍 매장 매출 하락으로 매출이 1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에스쁘아도 상기 브랜드와 같은 이유로 영업적자가 지속됐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로드숍 브랜드인 더페이스샵 역시 수익성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페이스샵 매출은 △2014년 6101억원 △2015년 6290억원 △2016년 6498억원 △2017년 5673억원으로 16년 대비 17년 매출이 확 꺾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4년 690억원 △2015년 597억원 △2016년 451억원 △2017년 158억원으로 역시 하락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로드숍 브랜드가 찾은 활로는 결국 잘나가는 H&B 스토어의 인기에 편승하는 것이다. 에이블씨엔씨가 지난해 인수한 미팩토리의 머지(MERZY)는 현재 올리브영 등에 입점해있고, 어퓨 브랜드도 GS리테일 랄라블라와 신세계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에 입점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어퓨는 전국에 50여개 매장밖에 없고 전부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시코르에 입점했다"면서 "다만 미샤의 경우 매장이 700여개 수준이고 가맹점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멀티 편집숍 입점이 어렵다. 입점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지난해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미팩토리, 제아H&B, 지엠홀딩스 등 새로운 수익원을 반전의 키로 보고 있다. 

토니모리도 현재 랄라블라에 입점돼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브랜드 가운데는 마몽드, 베리떼, 브로앤팁스, 아웃런, 미쟝센, 려, 메디안, 플레시아, 해피바스, 일리윤, 에스트라365 이외에도 에스쁘아 등 로드숍 브랜드도 올리브영에 입점했다. LG생활건강도 이자녹스, 수려한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H&B스토어에 입점시켰다. 단 미샤와 같이 가맹점 형태로 진출한 더페이스샵은 H&B스토어에 들어가있지 않다. 

오는 3분기에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Sephora)가 국내에 첫 문을 연다. 세포라 상륙에 대한 2030의 관심은 벌써부터 뜨거웠다. 경쟁 격화는 아직 서막에 불과하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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