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계약을 맺은 지 7년이나 지났고, 그동안 얼마나 많이 이슈화 됐는데 이제와 뜬금없이 원천무효 소송이라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7년전 교보생명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과 맺은 주주간협약(SHA)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에 다수 업계 관계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2012년 9월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와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어피니티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 중이던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총 1조2054억원(주당 24만5000원)에 사들였다. 주주간협약에는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을 대상으로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투자조건이 포함됐다.

그러나 약속했던 교보생명 상장을 수년째 미루자 참다못한 FI들이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중재신청에 나선 상황이다. IPO를 하건 말건 상관없이 신 회장에게 지분을 팔 터이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셈이다.

FI들이 제시한 가격은 주당 40만9000원. 보험 업황이 괜찮았던 2017년말 공정시장가격을 적용했다.

2조원을 훌쩍 웃도는 자금이 신 회장 수중에는 없다. 중재신청 후 법원 판결이 FI측에 유리하게 날 경우 FI는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33.78%) 또는 재산을 압류에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까지 간다면 경영권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영권이 뺏기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신 회장이 급하게 꺼내든 카드가 주주간계약이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소송으로 보인다.

소송이 진행되면 마무리 될 때까지 모든 상황이 중단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1~3심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상황이 종료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일종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같은 셈이다.

그 사이 신 회장은 FI 지분을 대신 받아줄 우군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혹은 운좋게 업황이 풀려 IPO시 생보사의 밸류가 높아지는 상황이 전개되면 금전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일단 시간부터 벌어야 하는 신 회장은 6개월 이상 협의해 작성한 주주간계약이 상대방의 강요에 따라 이뤄졌다는 주장을 할 계획이다. 다소 염치없는 주장으로 내비칠 수 있지만 당장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 보다는 낫다고 판단했을까. 궁지에 내몰린 신창재 회장이 꺼내든 마지막 카드는 과연 꼼수일지, 묘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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