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김혁철 대표, 21일 하노이서 실무협상 개최 전망
전문가들 “북·미, 실무협상 테이블에서 반드시 제재 완화 의견 조율 해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여드레 앞둔 19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정부게스트하우스 앞에서 관계자가 성조기와 인공기를 걸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여드레 앞둔 19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정부게스트하우스 앞에서 관계자가 성조기와 인공기를 걸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주 내로 북미 양국은 의제·의전과 관련 이른바 ‘투트랙’ 협상을 본격 진행한다. 특히 미국 측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다. 이에 정상회담 전 마지막 의제 조율을 위한 비건 특별대표와 카운트파트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실무협상에 관심이 모인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은 ‘톱다운(Top-down·정상회담에서 시작해 하부 회담으로 내려가는 것)’ 방식이며, 북미 정상의 직접적인 만남은 광범위한 행동을 가능하게 했고, 이런 일이 성공할 경우 양국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북한 비핵화에 따라 미국이 꺼낼 상응조치에 제재 해제가 포함될지에 대해 “우리는 제재에 관해 분명히 해왔다”며 “이것은 세계의 제재이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결과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북미 실무협상, 21일 하노이서 진행 가능성”

팔라디노 부 대변인은 “비건 특별대표가 오늘 하노이를 향해 가고 있다”며 “비건 대표는 내주 열리는 2차 정상회담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건-김혁철’ 라인의 실무협상 의제와 전망 등에 대한 언급은 “앞서 나가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비건 대표가 오늘 하노이로 향했고,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도 전날 평양에서 출발해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김 대표는 20일 하노이로 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대표의 비행시간 등을 고려할 때, 실무협상은 21일 하노이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 양국 대표는 이날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의제 부분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는 이번 실무협상을 계기로 약 2주만에 회동한다. 비건-김혁철 실무라인은 지난 6~8일 평양에서 만나 1차 실무협상을 벌인 바 있다.

북미는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합의사항을 구체화한 이른바 ‘하노이 선언’ 합의문을 도출해낼 예정이다.

아울러 정상회담이 일주일정도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양측은 이번 회동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중심으로 상호 의견 조율을 구체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전문가들 “북미, 의견차 줄이고 실질적인 합의문 도출해야”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또 문 대통령은 철도·도로 연결과 경협사업에서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북미 간 협상에서 ‘남북경협’이 언급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구체적인 남북경협 사업들을 논의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경협과 맞물려 대북제재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주 CBS방송 등 미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 이행과 검증을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게 우리의 전적인 목표”라고 제재완화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이번 실무협상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할 것이다. 미국 측은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할 것이고, 북한은 상응조치로 대북제재 완화를 언급할 것”이라며 “일단 비건-김혁철 실무라인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 조율을 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평론가는 “다만 실무협상에서 의제 등 북미 간 또 다시 의견차를 보일 경우 다음주 양 정상에게 넘어가게 된다”며 “정상에게 넘어가게 되면 결국 6·12 북미정상회담처럼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실질적인 합의안이 도출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양 정상이 두 번째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할 것이다.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조치에 따라 미국이 상응조치를 내보일 것”이라며 “만약 비핵화(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 폐기, ICBM 반출 폐기 등만 약속한다면 미국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수준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지금 종전선언보다 대북제재 완화가 핵심”이라며 “북한은 아마 ‘스몰딜(부분 대북제재 완화)’ 정도로 합의를 보고 김정은 위원장의 조만간 서울 방문을 가시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래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남아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 재선까지 비핵화를 끌고가며 단계적 협상을 이끌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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