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 확인 거부하며 행정소송 검토···“검찰 무혐의 처리 건에 대해 행정처분 강행 의문”
식약처·경인청, 입장 표명 유보···일각선 “처분 여부 조속히 결정해야” 의견도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19개월여를 끌어온 전주병원 리베이트 행정처분과 관련, 경기인천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몇몇 제약사를 소환해 리베이트 제공 확인서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부 제약사는 확인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경인식약청 의료제품안전과는 최근 일부 제약사 관계자를 청사로 소환했다. 경인청이 일부 제약사를 부른 것은 전주병원 리베이트 행정처분을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풀이된다.

전주​병원 리베이트 건은 병원 이사장 등 46명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제약사 18곳으로부터 리베이트 10억여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은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은 경찰에 이어 검찰이 수사해 지난 2016년 10월 총 46명을 기소했다.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들은 대부분 지난 2017년 기소유예나 무혐의로 결론 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 관행은 검찰 수사 결과를 중시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처리된 사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 2017년 7월 해당 제약사들에게 리베이트 관련 품목의 행정처분 방침을 통보한 바 있다. 제약사 18곳 중 16곳이 검찰로부터 기소유예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에서 행정처분을 예고해 제약업계가 반발한 것이다.

이어 경인청이 최근 제약사 관계자들을 청사로 불러 확인을 요구하자 제약업계의 반발은 더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참고로 전주병원 리베이트 건에 연루된 18개 제약사 중 경인청 관할은 10개 업체다. 특히 모 제약사는 경인청의 리베이트 제공에 대한 확인서 요구에 작성을 거부했다. 해당 업체는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반발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골자는 검찰의 기소유예나 무혐의 처분이다. 영업사원 개인의 일탈행위나 적은 금액 등 사유로 검찰이 무혐의로 처리한 건에 대해 당국이 무슨 기준으로 행정처분을 강행하느냐는 의문이다.

한 제약사 직원은 “직접 수사를 진행한 검찰이 무혐의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중요한 사유와 원인이 있는 것”이라며 “리베이트 제공 금액이 적다거나 영업사원이 회사 방침을 어기고 제공한 것이 수사 결과 나왔으므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식약처가 추진하는 300만원 행정처분 기준에 대해서도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약사법에 300만원 기준이 없는데 식약처가 그 기준으로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현재 식약처와 지방식약청은 리베이트 규모가 300만원 이상일 경우만 행정처분을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제약사 임원은 “수년전 모 종합병원 리베이트 건의 경우 20만원이나 30만원 금액에 대해서도 3개월 판매정지를 적용시킨 사례가 있다”며 “들쭉날쭉한 기준으로 행정처분하려는 식약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확정된 것이 없다며 기본적 입장 표명도 유보하고 있다. 검찰의 기소유예나 무혐의 처분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 추진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말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경인청 의료제품안전과 관계자는 “확인서는 그동안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인정하거나 동의하느냐를 물어본 것”이라며 “행정처분의 중간 상황이기 때문에 딱히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제약업계와 식약처의 대립이 격화되자 행정처분 여부가 조속히 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식약처 동향에 정통한 소식통은 “한 사안이 19개월 동안 결정이 안 났다는 사실은 외부에서 보기에 문제가 크다”며 “처분을 할지 안 할지 조속하게 결정하는 것이 식약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