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유통지형·下] 편의점 골목상권 잠식은 91년에도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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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유통지형·下] 편의점 골목상권 잠식은 91년에도 문제였다
  • 박견혜 기자(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9.02.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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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국내 첫 상륙한 편의점···'신세대 공간'으로 자리잡아
경쟁출점·상권침해로 정 맞는 편의점, 과거에도 마찬가지

최근에는 편의점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임금은 오르는데 과다 출점으로 인한 경쟁 심화로 매출은 준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주휴수당을 줄이려고 노동 시간을 짧게 치는 점주들을, 점주들은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데 점포를 새로 내려는 '상생 파트너' 본사를 비난한다. 그리고 편의점 업계 전반은 동네수퍼를 죽이는 골목상권 파괴자로서 소상공인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갑과 을의, 을과 을의 갈등이 치열한 곳이 지금 현재 편의점 시장이다.

과거 편의점이 국내에 속속 생기기 시작한 1989년부터 1990년대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게재된 1991년 12월 20일자 <경향신문> 기사 '편의점 급증세 올 연말까지 2(百)백69곳 개설'을 보면 "코리아세븐이 1989년 5월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단지에 국내 최초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1호점의 문을 연 데 이어 지금까지 7개 업체가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어 올 연말까지 269개의 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고 되어있다. '편의점 4만개' 나라의 딱 30년 전 모습이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기사는 "업체별로는 연말까지 세븐일레븐의 코리아세븐이 33개, 로손의 태인유통이 47개, 써클K코리아는 43개, 패밀리마트의 보광은 44개의 점포를 확보하게 된다"고 썼다. 지금까지 이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세븐일레븐의 경우, 1994년 롯데가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을 인수했다. 현 SPC그룹 구 태인유통이 1989년부터 운영했던 로손은 1995년 코오롱에 인수됐고, 다시금 1999년 코오롱으로부터 로손을 인수한 세븐일레븐은 그렇게 규모를 키웠다. 보광패밀리마트의 패밀리마트는 2012년 이름을 바꾼 CU의 전신이다. 현재 업계2위 GS25도 2005년 간판이 교체되기 이전 이름인 LG25로 1990년 경희대에 1호점을 오픈했다. 한때 한화그룹이 운영했던 써클K는 1999년 계약만료로 씨스페이스로 이름을 바꿨으며, 이후 중소도매업체인 우린에 인수되어 현재는 우리에게는 낯선 브랜드가 됐다.

◇ 90년대 홍대 인싸는 편의점에 갔다

2019년의 인싸(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무리에 섞여 잘 노는 사람을 뜻함. 이른바 주류)가 인스타그램에 태그된 인기 카페와 술집을 전전할 때, 당시 새로운 업태였던 편의점은 90년대 인싸(이른바 신세대)들이 주로 찾는 공간이었다.

1994년 1월 5일 <매일경제> 기사를 보면 "최근 대학가와 동숭동, 압구정동 및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신세대 상권 내 업소로는 패션점을 비롯, 커피전문점 등 외식업소 노래방, 편의점 등이 대표적이다"라고 쓰여있다. "홍대앞에 위치한 L편의점은 전국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신세대의 높은 소비성향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적혔다. 

◇ 모난 돌 편의점, 골목상권 침해자로 지목되다

다만 이처럼 튀고 모난 돌은 정을 맞게 되어있다. 1989년 첫 편의점 개점 이후, 편의점은 줄곧 '재벌 사업'으로 분류되어 골목상권 침탈의 비난을 받아왔다. 1991년 8월 9일자 <경향신문> '외국 편의점 골목상권 잠식' 기사에 따르면 "유통시장 개방 확대에 따라 외국 체인산매점의 하나인 편의점이 주택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 구멍가게들이 문을 닫는 등 영세산매상인들의 피해가 늘고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들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을 기치로 식품·잡화·문구류·월간지 등의 서적은 물론 간편한 의류와 즉석음식까지 판매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크게 강화, 기존 구멍가게와의 상권경쟁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면서 "편의점이 변두리 주택가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기존구멍가게들이 아예 문을 닫아버리거나 판매수익이 절반 이하로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속출하고있다"고 썼다. 편의점 업계가 이제 빅3(CU, GS25, 세븐일레븐)로 재편되면서 외국 브랜드 편의점에 대한 논란은 줄어들었지만, 현재까지 국내 브랜드간 경쟁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 본사가 운영하는 편의점이 골목상권 침해로 집중포화를 맞는 상황이 시간을 초월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1997년에도 무인편의점이 있었다

무인편의점이 이슈가 되기 시작한 건 2017년이었다. 편의점 본사는 인건비 절감 등 운영효율화를 위해 사람 대신 24시간 돌아가는 기계를 배치했다. 현재는 대부분 직영으로 운영하지만 시스템이 안정화하면 가맹점 형태로도 진출할 수 있다. 점주가 원하는 시간동안 매장을 보고, 심야 시간 대에는 무인편의점으로 돌리는 식이다. 미국의 아마존고와 같이 계산은 셀프로 이뤄진다. 본인 인증 절차를 위해서는 정맥이나 안면인식 등 생체인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미 현실이 된 미래형 편의점이다. 

그러나 20세기에도 무인편의점은 있었다. 1997년 11월 26일자 <매일경제>의 '무인 편의점 등장' 기사에는 "LG유통은 산본시도시 원광대학병원 1층에 초근 무인편의점 LG25 1호점을 개점했다"면서 "LG25 원광대학 병원점은 약 3평 규모의 점포에 6대의 자판기와 간단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식대가 설치돼있다. 판매원은 없으며 운영은 인근에서 LG25를 운영중인 가맹점주가 담당한다"고 적혔다. 기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화장지, 건전지, 스타킹 등 일용잡화 10여종과 컵라면 캔음료 등 가공식품류다. 즉석복권과 전화카드도 판매된다. 즉 편의점의 외형을 한 자판기 집합 매장 형태로, 현재 우리가 알고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셀프 결제 시스템의 무인편의점과는 다소 거리가 멀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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