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을 위장 창업한 마약반 형사들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기록이 경이롭다. 지난 18일 현재 누적관객 수 1465만명을 기록해,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최고의 흥행기록 1760만명을 동원한 영화 ‘명량’의 기록을 넘을지 관심이다. 제작비 60억원 정도의  중간 사이즈 영화가 15배 이상 남는 장사를 했다. 시쳇말로 초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제작비 대비 가성비가 좋은 영화가 된 셈이다.

언론이 분석한 흥행요인은 명절에 부담없이 연인이나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라는 점과 긴 설날 연휴에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통상 설 대목을 겨냥해 2,3편의 상업영화가 개봉됐었는데, 올핸 대적할 영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독식을 한 셈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웃기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이병헌 감독말대로 시의성 있는 대사와 출연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어우러지면서 쉴새 없이 터지는 웃음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생업 전선을 이어가고 있는 관객들이, 영화속 형사와 소상공인의 말과 행동에 크게 공감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소감들이 많다. 관객들이 세상을 비꼬는 대사에 웃고 박수를 보냈다는 것이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영화 속 고반장(류승룡)의 대사인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를 포함해 세상을 풍자한 여러 대사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 가운데 영화 종반에 튀어나온 대사가 통렬했다. 정직(停職)을 당한 채 치킨집 사장을 할 수밖에 없는 고반장과 마약 조직 두목이 혈투를 벌이는 대목이 그것이다. 두목은 끝까지 좆아 와서 자기와 싸우는 고 반장에게 말한다. “ 닭집 아저씨라면서 왜 이러는 건데~~" 라고 애원하자 고반장은 말한다. "니가 소상공인 잘 모르는구나. 우린 다 목숨 걸고 해!" 이 대목에서 웃음이 터진다. 특히 정부의 최저임금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아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소상공인들은 웃음을 넘어 통렬함을 맛 봤을 것이다. 이 대목은 실제 한때 장사를 하다 망한 적이 있는 감독의 경험을 영화에 녹인 것이다.

수익률이 높으면 가장 신나는 쪽은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다. 제작사 어바웃필름, 영화사 해그림, CJ ENM 투자 배급사가 큰 돈을 번다. 더욱이 ‘극한직업’은 이른바 가성비가 높아 최근들어 제작된 영화중 가장 많은 수익을 챙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극한직업’의 BEP는 230만명이고 이같은 흥행추세라면 가상비 1위는 따논 당상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중 230만명을 뺀 관객수 전부가 수익금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영화에 투자한 기업은행도 많은 수익금을 가져간다. 최소 손익분기점 6배를 넘는 큰 돈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영화의 투자성공률은 52.9%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극한직업’의 상업적 성공은 향후 국내 영화시장의 청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대를 모았던 제작비 200억대의 ‘마약왕’등 대작들이 잇단 실패로 침체된 영화산업에 일정부분 동력을 제공 할 것이다. 또한 역사영화, 스릴러등에 밀려 한동안 침체에 있던 코미디 영화의 소환할 것으로도 예측된다. ‘대작의 실패 - 영화시장 침체- 뜻밖의 콘텐츠 출현’ 이런 사이클로 영화시장은 다시 굴러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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