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 현대차 외부감사 맡아 재무자문 겸임 불가능한 탓···M&A업계 "삼정-한영 간 인수인계 수월하지 않을 가능성도"

현대자동차그룹 /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외부회계감사법인을 삼정KPMG로 교체하면서 알제리 '글로벌 그룹'과 추진하는 상용차 합작법인(JV) 재무자문 업체를 삼정KPMG에서 언스트앤영으로 교체했다. 지난해 5월 개정된 법률에 따라 회계법인이 한 회사의 외부회계감사와 재무자문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알제리 ‘글로벌 그룹’과 추진하는 상용차 합작법인(JV) 재무자문 업체를 삼정KPMG에서 언스트앤영으로 교체했다. 현대차가 외부회계감사법인을 삼정KPMG로 교체하면서 재무자문 겸임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언스트앤영은 EY한영이 회계법인과 분리해서 운영하는 어드바이저리 법인이다.

19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언스트앤영은 현대차가 알제리 상용차업체 ‘글로벌 그룹’과 JV 설립 과정에서 재무자문을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딜은 추진 초기에 삼정KPMG가 공을 들였으나 최근 진행된 현대차의 외부회계감사법인 교체에 따라 자문사를 교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현대차는 지난 30년간 외부회계감사를 맡겼던 딜로이트안진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삼정KPMG를 외부회계감사법인으로 선정했다. 문제는 지난해 5월 개정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회계법인이 한 회사의 외부회계감사와 재무자문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감사 대상 기업 뿐 아니라, 연결자회사를 대상으로 한 자문 역시 제한하고 있다. 삼정KPMG 입장에서는 현대차의 감사를 맡으면서 동시에 JV 설립과 관련한 재무자문을 담당할 수 없게된 셈이다.

삼정KPMG 입장에서는 회계감사 업무와 재무자문 사이에서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회계 감사 수수료가 상향되고 있다지만, 일반적으로는 회계 감사 수수료보다 재무자문 수수료를 높게 쳐주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 설립될 JV보다 현대차의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회계감사 계약은 다년 계약이기 때문에 회계감사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삼정KPMG 입장에서는 우회적으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을 모두 담당하는 방법을 알아봤지만, 결국 회계감사를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정KPMG가 밥상을 다 차려놓고 언스트앤영에게 넘기는 상황이라 인수인계가 수월하지 않으면 딜이 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알제리 '글로벌 그룹'과 상용차 JV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합작법인을 통해 알제리 현지 산업도시 바트나에 반제품조립(CKD) 공장을 짓는다. 공장은 오는 2020년 가동 예정이며 초기 6500여대를 시작으로 점차 생산 물량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상용차 시장은 승용차 시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이 높아 세계 완성차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갖는 시장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상용차 시장에서 승용차만큼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 한 해 동안 생산한 상용차(버스, 트럭, 특장)는 모두 25만3100대다. 세계 상용차 시장이 2400만대 규모(2017년 세계자동차협회 통계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상용차 시장 영향력은 미미하단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알제리 시장은 현대차에게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알제리에서 상용차 산업수요를 2025년 2만2000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알제리 상용차 시장 점유비중을 50%가량 차지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의 상용차 사업은 부진한 편이다. 예전부터 키우려고 하지만 생각대로 잘 안 되는 편”이라면서도 “알제리는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경제협력 사업을 벌여왔었고, 북아프리카 시장이 최근 활발하게 개발되는 만큼 많은 상용차 업체들도 알제리에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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