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 가격 경쟁력, 인프라 및 국내 기술력 등 걸림돌
산업부 "LNG추진선 다음은 수소선박···친환경선박 연구·개발 투자할 것"

정부가 수소경제에 마중물을 붓는 가운데 수소선박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대형 조선사들에게 조선해양 친환경 규제에 발맞춘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평가 받는 까닭이다. 다만 일각에선 해외에 비해 한 발 뒤처진 기술력, 수소연료 수급 등 구조적 한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수소선박 상용화를 공언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는 평가다. 수소 연료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고 인프라 확충 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국내 기술 역량도 제고돼야 한다.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수소선박 개발을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420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R&D) 플랫폼 구축사업에 돌입하고, 2030년까지 핵심기술 개발, 2035년까지 대형 친환경 선박 건조를 목표한다. 최근 정부가 마중물을 붓는 수소경제 또한 수소선박 개발에 힘을 더한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차 외 수소선박 등 운송 수단 개발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조선해양업계를 둘러싼 환경 규제도 수소선박을 비롯한 친환경 선박이 향후 대형 조선사들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평가에 힘을 싣는다. 내년부터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가 발효되고, 배기가스 배출통제구역(ECA) 지정 국가가 확대된다. 북미‧카리브해가 ECA로 지정된 가운데 홍콩‧대만, 발트해‧북해 등에 이어 중국도 단계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국내연안을 중심으로 ECA지정을 검토 중이다.

 

1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수소선박 기술·정책 토론회'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윤시지 기자
1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수소선박 기술·정책 토론회'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윤시지 기자

 

18일 국회서 개최된 ‘수소선박 기술‧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망에 주목, 수소선박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하태범 한국선급 전무는 “이제는 단순히 배출가스를 저감하는 차원을 넘어 대체에너지 모색에 나서, 장기적 환경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노동집약적 산업 체질을 쇄신하는 기회로서 수소선박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김병진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해양산업 설계 및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친환경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의 기술 자립화 수준은 미약하다. 아직까지 노동력 중심 구조다. 언제까지 이런 구조를 가져갈 수 없다”며 “수소선박의 시대가 왔을 때 그 예전의 과정을 답습한다고 하면 우리는 기술 종속국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고 지적했다.

업계서 총칭하는 ‘수소선박’은 수소연료를 수송하는 액화수소 운반선, 수소연료로 추진되는 수소연료 추진선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강화하는 친환경 규제와 함께 고부가가치 선종으로서 수소추진선의 경쟁력에 주목, 상용화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기일 현대중공업 상무는 “수소운반선 시장은 다소 제한적이다. 미국, 중국 등 대부분 국가에선 자국이 생산해 배관으로 수소연료를 이송하는 설비들이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외연이 확대되면서 규모의 경제는 실현할 수 있겠지만 발주국은 한국, 일본, 유럽 등 5개 이하 국가 될 것으로 본다”며 “조선산업 차원에서 보자면 수소연료 추진선에 더 집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LNG 추진선도 지지부진···"기술력‧수소 가격 경쟁력 제고돼야" 

수소선박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선 아직까지 수소연료 추진선에 대한 경제성에 대해 의문부호가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수소연료를 추진 동력으로 삼기 위해선 선결돼야 할 기술적 문제, 인프라 확대 문제가 남아 있다. 

남 상무는 “수소 가스 가격 경쟁력이 상용화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LNG를 수소로 변환해서 연료 전지를 추진하는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 발생하는 부산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 저감 방법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산화탄소 처리 시설을 둔다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소선박과 함께 친환경선박으로 꼽히는 LNG 추진선조차 아직까지 국내서 상용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강중규 대우조선해양 선박해양연구소 상무는 “대우조선은 1990년대 중반부터 LNG선 건조를 시작해 200~300척 배를 인도했지만 LNG 추진선은 단 1척도 없는 상황이다. LNG 상용화 시대가 오래 됐는데 LNG 추진선은 다양한 경제적, 기술적 상황과 얽혀 아직 활성화도 안 됐다”며 “수소선박 개발에 있어 LNG 인프라를 십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본다. LNG 인프라를 이용하면서 수소 인프라를 구축해나가면 좀 더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수소선박 기술력이 해외 경쟁국에 비해 다소 뒤처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향후 조선 시장에서 기술 선점 우려도 제기됐다.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7년 수소추진선 타당성 검토 및 설계를 완료했고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은 내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수소운반선 개발 완료하고 운항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은 이미 호주에서 생산, 수출한 값싼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일본 발전소, 기업 등이 함께 참여한 HESC(Hydrogen Energy Supply Chain)을 2017년부터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는 오는 2030년 상용화 및 수출을 공언하며 올해부터 연구개발 플랫폼 구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수소선박 발주가 기술개발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 상무는 “LNG선의 경우도 90년대 중반 국적선 발주를 통해 기술을 축적하게 됐다. 정부 주도의 수소선박 선박 발주를 통해 국내 조선업계서도 관련 기술에 대한 획기적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 상무는 "기술 개발 측면에서 난제가 있지만 결국은 탄소가 없는 수소로 가야 한다"며 "기술 개발을 민간 기업에서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구심점을 가지고 많이 지원할 수 있는 제도나 법규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윤성혁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현재 기술개발 수준으로 가능한 것은 LNG 추진선이 대표적이다. 2025년까지 총 140척의 LNG 추진선을 보급할 계획이다. 해수부, 가스공사 등과 함께 인프라 측면 보완도 나설 것”이라며 “정부도 LNG 추진선 다음으로는 수소선박이 친환경선박의 대표주자가 될 것으로 본다. 연구개발(R&D) 플랫폼 구축 사업을 시작한 동시에 향후 수소선박을 비롯한 친환경 선박 핵심기술 개발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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