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지역 중 최근 1년간 자금 유입 가장 많아
한국투자신탁운용·유리자산운용 펀드 설정액 증가폭 커
지수 하락에 수익률은 마이너스

해외 펀드 투자자들의 베트남 사랑에 국내 베트남 공모 펀드 운용사들이 미소짓고 있다. 다른 해외 지역 펀드에는 올들어 자금 유입이 지지부진한 모습이지만 베트남 펀드에는 유독 설정액이 증가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는 그만큼 베트남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러한 상황과는 반대로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주목된다.     

1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베트남 공모 펀드에 올들어 262억원의 설정액이 순유입했다. 이는 해외 지역별 펀드 중에서 가장 많은 설정액 유입이다. 베트남 다음으로 설정액 유입이 많았던 국가는 인도로 3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도 설정액 162억원이 유출됐다.

베트남 펀드에 자금이 몰린 것은 올해뿐만이 아니다. 베트남 펀드는 최근 1년 기준으로도 4679억원이 유입됐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았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는 등 투심이 약화됐음에도 이같은 흐름이 나온 것이다. 베트남을 제외하고 최근 1년동안 해외 지역 펀드에 설정액이 1000억원 넘게 순유입된 곳은 북미(2267억원)가 유일했다.

베트남 펀드 설정액이 증가하면서 가장 크게 웃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4월 소프트클로징(일시판매중지)을 풀고 베트남 펀드를 다시 판매했는데,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의 전체(헤지+언헤지) 운용액은 지난해 2월 6110억원에서 지난 15일 7716억원으로 1605억원 증가했다. 최근 1년 전체 베트남 펀드에 유입된 설정액 3분의 1이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유리자산운용의 ‘유리베트남알파’ 펀드 역시 설정액 증가 규모가 컸다. 현재 이 펀드의 전체 운용 규모는 2254억원 수준인데, 이는 지난해 2월 18일 1284억원 규모에서 969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베트남’ 펀드도 1년동안 전체적으로 788억원 규모의 설정액이 순증가했다.

이처럼 베트남 펀드에 자금이 몰린 배경에는 베트남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 베트남은 인구 1억명, 평균 연령 31세의 ‘젊은 국가’로 최근 몇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7%대를 기록하며 신흥 공업국가로 자리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베트남이 올해 6.6%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베트남 펀드의 설정액 증가와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비례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부터 베트남 공모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는 평균적으로 기준가 대비 14.03%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베트남 증시의 VN30 지수가 지난해 3월 1150선에서 이달 900선까지 20% 넘게 내린 까닭이다. 2017년 10월 이전부터 투자한 투자자들과 최근 3개월 전부터 투자한 투자자들 정도만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후퇴에 따른 달러 약세 전망으로 베트남 등 신흥국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그동안의 상승에 따른 부담감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베트남 증시가 상승 흐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다시 힘을 쓰지 못한다면 자금 유입 속도는 둔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호치민 지수 주봉 차트. / 그래프=키움증권HTS
베트남 호치민 지수 주봉 차트. / 그래프=키움증권HTS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