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17일 백악관에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 제출···내용 비공개에다 실제 관세조치까지 시간 걸려 섣부른 예단은 금물
미국자동차연구센터가 발표한 보고서는 美 딜러사 용역···"연구 결과도 딜러사 편향 가능성"
국내 자동차 산업의 운명이 미국 자동차 관세 부과에 달렸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이 모두 미국에 차량을 수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꺼내든 25%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미국으로의 수출길은 꽉 틀어 막힐 전망이다. 가뜩이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부진한 상황이라 관세 부과는 국내 자동차산업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정·재계 관계자들의 눈과 귀가 미국의 관세 부과 여부에 쏠리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한국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거란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무역정책의 미국 소비자와 경제에 대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동차연구센터는 자동차·자동차부품 관세를 5개 시나리오로 분석했는데, 5개 시나리오 모두에서 한국, 캐나다, 멕시코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가정했다. 보고서는 자동차 관세 면제 관련해 한국이 앞서 철강 관세를 면제 받은 점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한국의 자동차 관세 면제 가능성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제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수입제한 조치를 내린다. 미 상무부 보고서는 어떤 내용인지 공개되지 않았다. 또 실제 관세조치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동차 관세 부과를 무역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 상무부 보고서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도 낮고, 실제 뚜껑이 열릴 때까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상무부가 어떤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미국은 공개할 의무가 없다. 내부적으로만 판단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결정할 때까지 앞으로 90일 동안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미지수다. 안심하긴 이르다”고 강조했다.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서강대 경영대 교수) 역시 미국의 자동차 관세는 무역협상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얘기할 때는 항상 무역협상 카드로 사용했다. 미국은 EU, 영국, 일본과 무역협정을 협상하고 있는데, 한국과는 지난 3월 FTA(자유무역협정)를 개정했다”며 “이걸 근거로 한국은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면제될 거란 예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자동차연구센터가 발표한 이번 연구가 미국의 딜러사 연합에서 발주한 용역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자동차연구센터가 발표한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 딜러사 연합에서 위탁 받은 용역 연구”라며 “미국 딜러사들은 관세가 부과되면 그만큼 차 판매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연구 결과도 관세 부과 면제 쪽으로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전용 딜러들이 많다보니 딜러들이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목소리들이 미국 의회에 전달돼 의회에서 자동차 수입이 실제로 국가 안보에 해당되는 문제인 것이냐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번 관세 이슈는 무역협상이 본질이기 때문이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미국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산업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원은 25% 관세가 매겨지면 한국 자동차 총 생산은 4.4%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53억(약 6조원)~98억달러(약 11조원)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