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조단 압수수색 자료 분석 단계, 직원 소환 없어···“리베이트 입증 불가·가능” 관측 엇갈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압수수색을 단행한 동성제약 리베이트 수사 과정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는 식약처가 자료를 분석하는 단계다. 직원 소환도 없는 상태다. 혐의 입증의 관건은 감사원이 지적한 상품권의 용처다. 용처 규명 여부에 따라 수사 결과가 정반대로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7일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동성제약을 압수수색한지 두 달이 경과됐다. 지난해 압수수색 직후 동성제약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있었지만 현재는 조용한 상태다. 동성제약과 식약처 중조단은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함구하는 상태다. 현재 중조단은 압수수색한 자료를 내부에서 분석하는 단계로 추정된다.

중조단 동향에 정통한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압수수색 후 정확히 두 달이 경과됐지만 퇴직자는 물론, 동성제약 현직자가 소환됐다는 소식은 없는 상태”라며 “전 현직 대표 소환이 우려되는 안국약품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동성제약 지급 100억여원 상품권 용처 찾기 힘들 것” 지적

동성제약은 지난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 사이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당시 조사 대상 기간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이었다. 

감사원은 동성제약을 포함, 서울국세청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종결한 제약사에 대한 법인통합조사 4건 결과를 점검, 그 결과를 지난해 9월 발표했다. 동성제약 사례에서 감사원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부분은 상품권이다. 당초 서울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동성제약이 의사와 약사, 도매상 등에게 상품권을 지급한 금액은 148억5600만원이었다. 이 중 감사원은 도매상에게 지급한 44억6200만원 상품권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리베이트로 판단했다. 감사원은 “상품권 103억9400만원은 세무조사 내용만으로도 약사법이 금지하고 있는 리베이트 성격 이익으로 볼 여지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장 규모가 큰 처방의약품 비중이 낮고, 염색약 비중이 높은 동성제약 매출 구조에서 리베이트로 5년간 100억여원 규모가 가능하냐는 의문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대개 약업계에서는 처방약에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있는 세븐에이트나 파온, 버블앤비, 더살롱칼라 등 염색약이 동성제약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감사원이 지적한 103억9400만원의 상품권 용처를 식약처 중조단이 입증하지 못한다면 리베이트 수사는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거 5년 동안 사용한 100억여원 상품권을 어느 의사나 약사에게 어느 시점에서 전달했는지를 밝혀 내지 못한다면 리베이트 입증이 어려우며, 더 나아가 행정처분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상품권을 받은 의사나 약사를 소환해 수사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과거 일부 사정당국 수사에서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영업사원만 수사해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품권 용처에 대한 증빙자료가 없다고 리베이트로 규정하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며 “과거에는 증빙자료가 필수사항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에 대한 2심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리베이트 제공에 의한 횡령 혐의를 1심의 521억여원 대신 4억여원만 인정했다.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 제공했는지 확인된 부분만 리베이트로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동성제약은 103억9400만원 상품권은 판촉비로 지급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5개 년도 중 가장 최근인 지난 2013년 말 기준 동성제약 감사보고서를 보면 751억7528만4434원 매출 중 접대비가 2억7250만5565원, 판촉비가 38억5098만470원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중조단이 2개월 동안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자료만 분석하고 있는 것도 리베이트 입증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식약처 확보 자료로 결국 리베이트 확인할 것” 관측도

반면, 시간은 소요되지만 동성제약이 지급한 상품권 용처를 중조단이 확인하면 리베이트 입증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선 식약처 중조단은 감사원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후, 사실상 동성제약 작업에만 매달렸다는 분석이다. 중조단이 압수수색까지 3개월여 시간을 다른 4개 제약사보다는 동성제약에 주로 투자한 것이다. 자료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중조단은 서울국세청을 압수수색해 추가 자료도 확보했다. 

감사원 보고서는 동성제약 리베이트의 증거서류로 영업사원 확인서를 제시했다. 상품권 교부자와 교부일, 수령자, 금액 등이 포함된 것으로 기술돼있다. 이에 중조단이 서울국세청에서 가져온 추가 자료는 동성제약 영업사원 확인서일 가능성이 추정된다. 

동성제약을 압수수색한 후 중조단은 디지털포렌식으로 확보한 자료를 현재 분석하고 있다. 해당 회사가 혹시 모를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회사 서버나 직원 개별 컴퓨터에 접속한 후 삭제한 자료를 즉석에서 복구해 외장하드에 담아 압수해온 것이다. 

결국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동성제약이 지급한 상품권 용처가 서버에 남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관측이다. 물론 상품권 용처가 확인돼도 리베이트냐 판촉비냐 등 논리상 대립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보고서대로 영업사원 확인서가 확보됐다면 중조단의 리베이트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시 연간 750억여원 규모의 염색약 위주 제약사가 막대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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