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4년제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가운데 1명 정도 정규직 취업
국내 취업난에 해외로 도피하는 대학생들 증가

“취업하려면 어학 자격증도, 해외 경험도 필요해. 나름대로 준비는 했는데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올해는 취업할 수 있을까”

최근 한 취업준비생인 친구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현재 청년들에게 가장 하기 힘든 것을 꼽으라면 단언 ‘취업’일 것이다. 청년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취업 시즌을 ‘취업 빙하기’라고 칭하며 갈수록 취업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현재 심각한 취업 현실을 반영한다. 

국내 청년 실업자는 지난해 37만명 실업률은 8.6%다. ‘일자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에 대한 빨간색 경고등은 현 정부 초기부터 꾸준히 켜져있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일자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등 공적 부분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각에선 단기 일자리로 고용지표를 개선하려는 이른바 ‘꼼수 전략’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래도 정부는 단기 일자리를 늘려서라도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예산을 통해 급처방을 내리려는 모습이다.

정부의 한시적 처방에도 최악의 취업난 기간에 걸맞게 청년들은 단기 인턴자리라도 반기는 분위기다. 기자 주변 취업준비생들은 “단기 인턴이여도 잠시나마 ‘취업준비생’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1월21일 국내 4년제 대학 졸업 예정자 11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규직에 취업한 응답자는 전체의 11%에 불과했다.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졸업 전에 정규직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인턴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대학생 비율도 10%에 불과했다. 그 외 79%는 여전히 미취업 상태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의 자포자기는 점차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고액 취업 컨설팅·사교육을 통해 정규직 취업을 하려는 청년들의 절박함도 덩달아 늘고 있다. 아예 한국을 벗어나 해외로 취업하길 원하는 청년들도 많아지고 있다.

주변에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요즘처럼 정규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취업이 될 때까지 부모님께 손을 벌려가며 공부만 할 수 있는 청년이 많지 않다는 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요즘 취업 기본 스펙이라고 불리는 어학 자격증, 해외 경험 등을 위해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취업 현실을 도피하려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 취업 대신 해외로 워킹홀리데이(해외취업)를 통해 외국어를 배우면서 높은 시급과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극심한 취업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취재 차 만난 일자리 전문가는 기자에게 “해외 취업이라고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대부분은 국내 취업난을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를 찾으려고 하기 위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단기적인 일자리 지표를 개선하는 데만 주력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노동 구조적 문제를 풀고 사회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취업난에 시달리는 취업준비생들은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우려고 애쓰고 있다. 특히 해외 취업을 통해 외국어를 배우고 높은 시급을 받으면서 자유롭게 해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는 취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워킹홀리데이가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이쯤되면 고용 부문의 악순환 고리를 근절시킬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일자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문에서 답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서 취업시장이 살아날 수 있도록 임금 체계, 근로 환경 개선 등을 위한 방안이 모색될 시기다. 더 이상 고용지표에서 ‘최악’이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도록, 이제는 청년들의 고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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