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강제동원과 전쟁범죄 인정·법적 배상 원해”
일본 사과는 일방적일뿐···“피해자가 사과 인정하고 수용해야 문제 종결”

사진=연합뉴스,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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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이 위안부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발언에 지난 11일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 한일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 한국 측도 특별히 재교섭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일부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 이에 따른 전쟁범죄 인정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법적 배상도 없었다.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 이에 따른 전쟁범죄 인정 회피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제까지 (일본)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 위안부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사업자가 주로 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전쟁범죄 인정이 아니다.” (2016년 1월 1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서 아베 총리 발언)

아베 총리가 2016년 1월 1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서 한 발언이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에서 일본군과 관헌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강제로 끌고 간 증거가 없다며, 전쟁범죄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일본군과 관헌이 직접 강제로 끌고 간 경우로만 한정해 프레임화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위안부 피해자와 전문가들은 강제동원이 군과 관헌이 직접 끌고 간 사례 뿐 아니라 취업 사기, 감언, 속임수에 따른 사례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당시 식민지였던 한반도 여성들이 위안부 동원에 반발 할 경우 즉결 처형, 가족 처형 등이 가능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박정애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 위안부 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식민지 상황에서 위안부에 취업 사기로 끌려 가든, 총칼로 위협해서 끌고 가든 차이가 없다”며 “아베 총리는 일본군과 관헌이 강제로 위안부로 끌고 간 증거나 나오지 않았다고만 말한다. 이러한 프레임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위안부 강제연행과 강제동원에 차이가 없으며 일본군의 성노예제 운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박 연구위원은 “일본군과 관헌이 위협해서 위안부로 끌고 간 증언은 있다. 그러나 문서는 없을 수밖에 없다. 당시 일본군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이런 내용을 공문서로 만들겠는가”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반도가 당시 일본의 식민지 였다는 점과 관련해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 위안부 연구센터장은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 당시 한국이나 대만 등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취업 사기 형태로 많이 끌려갔다. 이것은 식민지 상태였기 때문”이라며 “한국이나 대만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인권이 말살돼 있었다. 위안부 동원에 따르지 않으면 즉결 처형, 가족이 피해를 받기에 취업 사기 등도 따라야 했다. 이는 강제로 끌고 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역사연구 단체인 역사학연구회는 2014년 10월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군의 관여 하에 강제 연행된 위안부가 존재한 것은 분명하다”며 납치 형태의 강제연행이 인도네시아 스마랑과 중국 산시(山西)성 등의 사례에서 밝혀졌다고 밝혔다. 한반도에서도 피해자 증언이 다수 존재한다고 했다.

당시 성명은 “강제연행은 집에 쳐들어가서 억지로 데려간 사례에 한정해선 안 되며 감언과 사기, 협박, 인신매매가 동반된, 본인의 의사에 반(反)해 이뤄진 연행을 포함해 강제연행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언, 사기, 협박, 인신매매 등에 의한 강제연행은 한반도를 비롯한 넓은 지역에서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그 폭력성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故) 김의경 할머니 생전에 받은 증언자료에는 “김의경 구술에서 주목되는 것은 첫째, 동원 방식이 ‘일본 군인’ 두 명이 집에 와서 ‘군인 나가자’라고 속여 가게 됐다고 한 점이다. 당시 일본군에는 여군이 없었으므로 여성에게 ‘군인’으로 가자는 것은 완전히 거짓이다. 혹은 군속이나 군 간호부의 명목으로 동원된 것인데, 기억이나 통역의 문제로 군인으로 와전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명목이든 공권력에 의한 위협 내지 사기적 방법이었다는 점이다.”고 명시했다.

◇ 위안부 강제동원 등 전쟁범죄 인정 않는 일본···야스쿠니신사 참배 이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의 위안부 문제 관련해 전쟁범죄 인정도 요구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시환 센터장은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다.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 위안부 강제동원을 했다. 위안부를 침략 전장에 끌고 갔다”며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민간인에 대한 박해다. 전쟁범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관료와 의원들은 한국과 중국의 반발에도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이어가고 있다. 

오성희 정의기억연대 인권연대처장은 “일본 정부는 전쟁범죄에 대한 법적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위안부가 성노예라는 점과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동원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며 “태평양 전쟁의 전범자들과 기획자들에 대한 처벌 조치는커녕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정부 관료와 의원들이 여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재임 중이던 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2018년 8월 15일 아베 총리는 일본의 종전기념일(패전일)인 이날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자민당 총재 특보를 통해 야스쿠니신사에 공물료를 납부했다. 당시 시바야마 특보는 “아베 총리로부터 ‘참배하지 못해 죄송하다. 선조들을 꼭 참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 이후 6년 연속 패전일에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의 일종인 다마구시(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냈다.

지난해 8월 15일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 50여명은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의원 가운데는 아베 내각의 외무성 차관급 인사인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부(副)대신도 있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치된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34명의 생존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간 일도 위안부 문제 해결 근거로 활용한다.

하지만 오성희 처장은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재단 측 관계자의 설득과 회유로 지원금을 받았다. 이러한 의혹들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며 “또 당시 이 지원금이 법적 배상 차원이 아니기에 받지 않은 피해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당시 일본의 지원금을 받지 않은 피해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의 N분의 1로 생각해선 안 된다. 이 피해자들의 인생은 그에게 있어 인생 전체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일본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일방적이어선 안 된다. 피해자가 사과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그 문제가 종결 된다"며 "일본은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사과 차원에서 불충분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강제동원과 전쟁범죄 인정을 회피하는 것은 역사 왜곡과 우익 결집 등으로 분석됐다.

하 교수는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 관련해 역사 왜곡을 통해 부수 우파를 결집하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환 센터장은 “아베 총리의 일본 정부는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각’과 ‘역사수정주의’ 기치 아래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발인식이 엄수된 지난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김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평화의 우리집은 김 할머니가 생전에 머물던 곳이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발인식이 엄수된 지난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김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평화의 우리집은 김 할머니가 생전에 머물던 곳이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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