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사업장 비용 선반영, 지난해 실적 대규모 손실
“기존 현장 우발채무 등 추가 손실 가능성 남아”
두산그룹 전체 타격 불가피

두산건설은 자산·사업부 매각 등 재무주조 개선 노력에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위브제니스 등 기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손실을 선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게 두산건설의 설명이다. 사진은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위브제니스 / 사진=두산건설
두산건설은 자산·사업부 매각 등 재무주조 개선 노력에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위브제니스 등 기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손실을 선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게 두산건설의 설명이다. 사진은 두산건설이 시공한 '일산 두산 위브 더 제니스' / 사진=두산건설

두산건설이 두산 그룹 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자산·사업부 매각 등 재무주조 개선 노력에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종 변수로 인한 우발채무와 높은 단기상환금으로 인해 두산건설의 유동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은 물론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두산까지, 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대규모 손실 기록, 부실 사업상 비용 선반영

두산건설은 지난 13일 지난해 잠정 결산실적을 공시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손실 522억원, 당기순손실 5518억원으로 대규모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시현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 여파로 부채비율은 2017년말 194.7%에서 지난해 말 552.5%로 급등했다.

이번 대규모 손실은 장기간 회수가 지연됨에 따라 부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현장들의 비용을 선반영하면서 발생했다. 두산건설은 준공사업장(일산 두산 위브 더 제니스 현장 1646억원 등)과 관련해 추가 할인분양 추진 잔여채권 회수 과정에서 예상되는 손실과 장기 미착공사업장(천안청당 361억원, 용인삼가 208억원 등)과 관련한 대여금·PF이자비용 등을 대손 처리했다.

두산건설은 자산·사업부 매각 등 재무주조 개선 노력에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부실 사업장에 대한 손실을 선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게 두산건설의 설명이다. / 자료=NICE 신용평가
주요 손실인식 내역/ 자료=NICE 신용평가

또한 과거 토목 및 SOC 사업에 대한 손실도 상당부분 반영됐다. 시공에 참여하고 지분 투자를 병행했던 사업들의 운영수익이 예상 대비 저조함에 따라 출자지분에 대한 손상을 반영(경기철도 등 659억원)함과 동시에 SOC 법인들에 대한 대여금(신분당선 등 718억원)도 상당부분 대손 처리했다.

두산건설은 2015년 유동성 위기로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배열회수보일러(HRSG)와 화공기자재(CPE) 등 사업부를 매각하고 건설·주택 부문 중심으로 재편됐다. 건축·주택 부문은 현재 누적 매출의 75%(지난해 9월·별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두산건설의 의존도가 큰 편이다. 하지만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과 과도한 이자 비용이 두산건설의 발목을 잡은 형국이 됐다.

◇두산건설 “일회성 비용 올해부터 실적 개선 기대”vs업계 “추가 손실 가능성 남아 있어”

두산건설 측은 이번 손실이 일회성 비용이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수주·분양 사업 등으로 실적이 상당 수준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의 분양시장은 주택경기 하락과 경쟁 심화로 분양촉진을 위한 광고비 확대 등을 통해 원가를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중기적으로는 신규 분양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 분양잔금 유입지연에 따른 공사대금 회수 지연으로 실적 둔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추가 손실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일산 제니스 사업은 대손충당금 설정에도 불구하고 1700억원의 영업채권이, 천안청당과 용인삼가 사업은 각각 2200억원, 1100억원의 PF우발채무가 존재한다. 만약 부동산 경기에 따라 사업 지연이 이어질 경우 자금 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가영 NICE 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하락이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잔여 채권에 대한 회수와 PF 우발채무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대규모 당기순손실 인식에 따른 재무안정성과 대외신인도 저하는 회사의 유동성 위험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자보상비율 8년간 1배 밑돌아…단기상환부담 높아 재무주조 개선 불투명

두산건설은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자보상비율(EBITDA/이자비용)은 2009년(1.54배)을 마지막으로 최근 8년간 1.0배 미만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EBITDA(세금 및 감가상각비 상각 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형편이라는 의미다.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당기순이익은 수년째 적자를 걷고 있다. 그 여파로 두산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0위권에서 지난해 17위로 곤두박질 쳤다. 업계는 수익창출능력 대비 차입부담이 과중해 앞으로도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차입금 및 PF지급보증 만기 도래 현황 / 자료:NICE 신용평가
차입금 및 PF지급보증 만기 도래 현황 / 자료:NICE 신용평가

박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자산·사업부 매각과 계열의 재무적 지원 등 적극적인 차입금 감축 노력으로 순차입금 규모는 2015년 말 1조2788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7398억원까지 축소됐다”며 “하지만 재무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보유 자산을 대부분 소진해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금창출력 대비 단기상환부담이 높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건설의 차입금·PF차입금 9955억원(별도 기준)은 전액 단기성 차입금으로 구성돼 있다. 조기상환기일이 도래한 신주인수권부 사채(2019년 3월 21일 1446억원, 2019년 11월 11일 700억원), 3개월 미만 단위로 재발행 되고 있는 공사채권 유동화 채무(4277억원)의 만기도래 등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박 선임애널리스트는 “건축 주택 부문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됐으나 과도한 이자부담으로 이자보상율 역시 1.0배 미만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현 수준의 영업 창출 현금으로는 차입금 상환재원 확보와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4000억원 유상증자 나선 두산건설…두산그룹 재무적 부담 불가피

두산건설은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업계에서는‘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이라는 지배구조 특성 상 유상증자로 인해 모회사인 두산중공업과 지주사인 두산도 재무적 지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현재 주요 사업기반의 신규 수주 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신사업 성과는 지연되고 있어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대주주로서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론적으로 보유 현금자산을 자회사 지분 매수에 사용하는 것은 현금자산과 달리 계열회사 지분가치에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기업 가치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두산 역시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로서 계열 관련 지원 부담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호 NICE 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두산의 경우 양호한 사업실적을 기록하고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계열 최상위 지배회사로서 계열 관련 지원 부담이 더욱 확대된 상황”이라며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자구 안 이행과정에서 대규모 현금유출 등 재무여력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두산건설의 대규모 손실 여파로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두산 주요계열사들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 신용평가는 두산(A-), 두산중공업(BBB+), 두산건설(BB)을, 한국기업평가는 두산건설(BB), 두산중공업(BBB+), 두산(A-)이 보유한 신용등급을 모두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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