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규 위원장 “사측의 실제 제시안은 기본급 동결과 함께 400만원 인상이 전부”
임금피크제 걸린 24명 노동자, 업무 강도 똑같은데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
부품사 위기는 오히려 르노본사가 부추켜···“한국GM 사태와 전혀 달라”

르노삼성자동차 노사의 2018 임금 및 단체 협상이 8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노사는 지난해 6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총 14차례 교섭 테이블을 마련했으나, 한 치의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바로 기본급 인상 여부다. 노조는 2018년 임단협이 2017년 실적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기본급 인상 요구가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르노삼성은 2017년 6조7094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업이익 401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사측은 최근 판매실적 하락과 르노그룹 내 52개 공장 경쟁력 등을 이유로 기본급 동결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본급 인상 문제는 최근 논란이 되는 최저임금 인상과도 맞물려있다. 르노삼성은 현대차와 같이 정기 상여금을 격월로 지급하는 탓에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회사는 기본급 500%의 정기 상여금을 지급주기를 월별 분할해 임금계산에 포함하려 하지만, 이는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노조는 현재 기본급 인상 없이는 상여금 월별 분할에 합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기자와 만난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 위원장은 “현재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직원이 절반 이상이다. 회사가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으면 이는 법 위반이고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르노삼성은 계속 흑자가 나고, 본사에서 배당금을 100%, 70% 빼가는 상황에서 기본급 동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부산 르노삼성 공장에서 지난해 르노삼성 노조 4대 집행부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종규 위원장을 만났다. / 사진=르노삼성 노조 제공
지난 13일 부산 르노삼성 공장에서 지난해 르노삼성 노조 4대 집행부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종규 위원장을 만났다. / 사진=르노삼성 노조 제공

 

르노삼성은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입단협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부회장이 영상 메시지로 부산공장 파업에 대해 경고장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자동차 업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 본사의 경고장을 직접 받아든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 위원장을 만나 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 배경과 신차 배정, 그리고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본급 인상 요구 근거가 무엇인가.

최저임금 미달이다. 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안은 10만667원이다. 이 정도 인상을 해야 최저임금에 딱 맞춰진다. 노조 조합원 2301명 중 지금까지 집계된 바로는 600여명 이상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기본급을 받고 있다. 또 회사는 4000억원의 흑자를 2년 연속 내고, 본사는 2016년에 배당금을 100%, 2017년에는 70% 가져가는데 기본금 동결은 말도 안 된다.

기본급과 상여금 등을 포함한 연봉 총액은 높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 최저연봉은 6600만원이란 얘기도 있는데

그건 잔업, 특근, 협상 타결금 모두 다 포함해서다. 그러나 최저시급이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루 8시간 일했을 때 발생하는 금액이다. 15년차 근로자 월 수령 기본급이 150만원 정도다. 나머지는 협상 과정에서 따내는 부수물이다.

노조가 전년 대비 1400만원 인상을 요구한다는 지적이 있다.

생산성격려금(PI)와 초과이익분배금(PS)을 포함한 건데, 이건 임단협과는 별개다. 이번 임단협에서 실제 사측 제시안은 성과격려금 300만원과 기본급 동결 보상금 100만원을 더한 400만원이 전부다. PI는 기본급의 350%를 1월 5월 7월 11월에 나눠서 지급하고, PS는 회사가 세전 이익의 5%를 나눠서 주는 거다. 그런데 PI와 PS는 이미 지난해에 모두 받았다. PI와 PS가 협상 요소라면 어떻게 이 돈을 미리 받겠나. 인상이란 것은 원래 받는 돈에 더 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PI와 PS는 우리가 임단협과 별개로 원래 받는 거다. 인상이 절대 아니다.

이번 장기 파업에 기본급 인상 요구 외에 다른 이유가 있나

현장 노동 강도가 타사에 비해 심하다. 우리는 한 시간에 차량 60대를 넘게 만든다. 국내 모든 공장을 포함해서 르노삼성 부산 공장이 생산성이 가장 좋다. 여기에 우리는 한 라인에서 7개 차종을 혼류 생산한다. 조합원들이 일도 힘든데 기본급까지 동결되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또 임금피크제 문제도 있다.

구체적으로 임금피크제에 어떤 문제가 있나

회사에서 2016년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운영했다. 만 54세 이상이 대상이며 매년 전년도 고정급여의 10%를 감액한다. 그런데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의 임금이 매 해 깎이다 보니 현재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이 24명이다. 임금피크제 시행할 당시에 최저시급보다 낮으면 최저시급을 적용한다고 했는데, 안 지켜지는 것이다. 또 나이가 많아서 노동 강도가 적거나 편하게 일하면 모르는데 같은 라인에서 젊은 사람들과 똑같은 작업을 한다.

닛산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생산하는 일본 닛산 규슈 공장과 비교가 많이 된다. 기본급 인상 시 신차 물량 배정에 불이익을 받을 거란 우려가 있다.

회사에서는 항상 일본과 비교를 한다. 우리 임금이 20% 높다고 얘기하고 인건비가 높다는 이유로 차종을 안 준다고 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경쟁력 없는 회사한테 신차를 주겠나? 회사 논리대로라면 경쟁력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임금만 20% 높은 공장에 지금까지 물량을 안 줬어야 한다. 신차 배정 협박은 여론전이다. 매년 협상 때마다 프랑스 본사에서 인건비가 높으면 신차 못 주니 마지노선에서 협상하자고 한다. 녹음한 것처럼 똑같이 얘기한다. 이제는 조합원들이 속아서 그 말을 안 믿는다. 신차 배정 안 하면 르노 본사만 손해다. 부산 공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르노 계열사 생산력 3위의 공장인데 신차를 안 줄 수가 없다.

최근에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도 파업 장기화에 대해 신차 배정에 불리할 수 있다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회사에서 근무 시간에 영상을 틀어줬다. 다들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작년 한국GM 사태가 재발할 거란 우려도 있는데

전혀 피부에 와 닿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공장 순위가 떨어지면 또 모른다. 그러나 경쟁력도 높고 한국 단일회사다. 본사도 배당금을 많이 가져간다. 게다가 여기는 아시아 허브 공장이다. 북미뿐 아니라 러시아, 북유럽 등 수많은 나라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GM 사태가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르노삼성 노조 장기 파업에 부품 협력사가 휘청인다는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부품사 줄도산한다는 건 과장이다. 현재 국내 부품사는 225개로 집계된다. 부품사 살리려면 국내 부품사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프랑스와 일본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10년 전 국산부품 비율이 80%였다고 한다면 현재는 40% 정도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를 프랑스와 일본 부품이 채웠다. 2017년 정비부품 매출액이 7700억원가량 발생했다. 이 매출액 대부분을 본사가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현재 조합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파업 참여율이 90%가 넘는다. 지난 번 사측이 1차 제시안을 보냈을 때 냉각기를 가지려 1주일 간 파업을 쉰 적이 있다. 그랬더니 왜 파업을 안 하냐고 조합원들이 먼저 나서기도 했다.

사측이 기본급 동결을 계속 고수할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

사측 제시안을 가지고 조합원에 찬반투표 붙여도 어차피 부결 난다. 최저임금과 맞물려 6월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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