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올해 주총서 의결권 행사 본격화
자산운용사들도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 나설 듯
전자투표제 도입 확산도 주목

12월 결산 법인의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주총 풍경이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에 주주행동주의가 확산하면서 기관 투자자의 거수기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더불어 전자투표 도입도 늘고 있어 일반 투자자들의 주총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2017년 7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시작으로 연이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현재까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는 총 79곳이며 참여 예정인 기관도 35곳에 이른다.

특히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올해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채비를 마쳤다. 국민연금이 지난 11일 기준으로 지분 5% 이상 보유한 종목만 293개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최근 한진그룹과 남양유업 등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다수 자산운용사 역시 이번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가오는 주총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주주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주총 시즌에서는 이른바 ‘거수기’의 모습은 과거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의결권정보광장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주총 전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 6곳(메리츠자산운용·KB자산운용·동양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트러스트자산운용)의 의결 안건 반대 비율은 평균 10.55%로 도입 전인 전년 5.9%를 크게 상회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이 영향을 받는 운용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스튜어드십코드를 공식적으로 도입하지 않고도 주주행동주의에 나서는 운용사들도 있어 안건 통과를 위해 고심하는 상장사들이 많아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제 확대 경향도 이번 주총 시즌에 달라질 풍경으로 꼽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예탁원의 주총 전자투표 시스템을 이용하기로 계약한 상장사는 총 1204개사(유가증권 359개, 코스닥 845개)로 전체 상장사(2111개사)의 57%에 달했다. 예탁원의 전자투표 시스템 이용 계약사는 2015년(이하 연말 기준) 417곳에서 2016년 732곳, 2017년 1103곳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신규로 계약한 회사가 101개로 올해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회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그만큼 주총에 참여하지 못하는 투자자들도 의결권 행사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코스닥 상장사 IR담당자는 “표대결이 벌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표심 잡기가 중요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일반 투자자들의 전자투표를 통한 의결권 행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2017년 7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시작으로 연이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2017년 7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시작으로 연이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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