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GS건설 수주목표액 대폭 상승
중동·아프리카 등 발주 확대 기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양질 일감 확보는 어려울 듯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신규 해외수주 목표액을 대폭 올렸다. 중동은 물론 아시아·아프리카 시장에서 플랜트 발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 사진=현대건설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신규 해외수주 목표액을 대폭 올렸다. 중동은 물론 아시아·아프리카 시장에서 플랜트 발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사우디 마덴 알루미나 제련소 / 사진=현대건설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신규 해외수주 목표액을 대폭 올렸다. 중동은 물론 아시아·아프리카 시장에서 플랜트 발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심화와 기존 프로젝트에 대한 리스크 등의 변수가 남아 있어 건설사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가시적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 해외수주 목표액 대폭 상승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신규 해외수주 목표액을 지난해 대비 84.9% 늘어난 13조1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전체 수주 목표액(24조10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반면 국내 신규수주 목표치는 지난해보다 1조원 감소한 11조원이다.

현대건설이 목표액을 높게 잡은 배경은 지난해 예정됐던 수주물량이 올해로 넘어오면서다. 현재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중 이라크 유정물공급시설과 알제리 복합화력발전소 등의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아랍에미리트(UAE) 정제시설, 쿠웨이트 정유화학 콤플렉스,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수력발전소 등도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GS건설은 3조4000억원을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으로 세웠다. 이는 지난해 대비 42.5% 늘어난 금액이다. 그간 발목을 잡아왔던 플랜트 부문이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GS건설의 해외부문 매출은 5조4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적자가 났었던 플랜트 사업장 정리 등에 기인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GS건설은 강점인 정유와 석유화학 등 다운스트림(수송·정제·판매) 분야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에 이달에 열리는 UAE GAP, 알제리 정유, 사우디아라비아 라빅턴어라운드, 투르크메니스탄 디왁싱 등의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아울러 호주 CRR, 우즈벡 MTG 등 투자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어 수주 기대감이 높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해외수주 1조8200억원보다 74.3% 늘린 3조1730억원으로 올해 목표치로 삼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작년 말부터 입찰을 검토했던 사업장들의 입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올해 3분기 발표 예정인 나이지리아의 액화천연가스(LNG) 액화플랜트 공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사업을 수주하면 국내 건설사 최초로 설계·구매·시공(EPC)과 기본설계(FEED)까지 원청계약에 성공함은 물론 해외시장 경쟁력도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모잠비크 LNG Area 1, Area 4에서 하반기 하청 수주와 베트남 개발 사업 등도 기대하고 있다.

◇‘메나’ 지역 발주시장 회복 기대…‘글로벌 경쟁 심화’ 양질의 일감 확보는 어려울 듯

건설사들의 기대감이 큰 이유는 올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지칭하는 ‘메나(MENA)’ 지역의 플랜트 발주시장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메나 지역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UAE를 필두로 1조 달러 규모의 발주가 예정돼 있다. 이에 국내 주요 플랜트 EPC업체들의 기대감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EPC(설계·조달·시공)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 등을 진행할 때 건설사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책임지는 사업방식이다. 국내에서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등이 대표적 플랜트 EPC업체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한국 건설업체들은 중동지역에서 플랜트 수주에 강점을 보였는데 플랜트 가운데서도 정유·석유화학 플랜트와 발전플랜트의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예정된 MENA지역 발주 가운데 정유·석유화학·발전 플랜트의 규모는 3160억달러로 지난해 집행금액 대비 292%, 예산 대비 52% 증액 편성됐다”며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수주경쟁 심화로 양질의 일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동안 싸고 질 좋은 가성비 모델로 승부해왔던 국내 건설사들은 현재 중국 등 후발주자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동의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가격경쟁력이 유럽업체에게도 뒤쳐지고 있다. 또한 2013년 이후 중동지역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의 원가율 상승 가능성과 실적 상승에 기여했던 신흥국 프로젝트의 리스크 상승 등도 해외실적의 변수로 꼽힌다.

류종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이어 “2017년 이후 다수의 프로젝트가 공정 막바지에 진입했고 입찰가격 견적 시점 대비 사업 환경 저하,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클레임 협상에 불확실성 존재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이들 프로젝트에서 예정원가 조정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실적을 견인했던 다수의 신흥국 프로젝트들은 불안정한 국제정세(이란·러시아), 정정 불안(리비아), 경제위기(베네수엘라·터키) 등으로 인해 금융주선이 지연되면서 계약이 해지되거나 중단된 상태”며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된 가운데 신흥국 리스크가 심화되고 있어 신규수주 프로젝트의 이익성 제고는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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