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늘면서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글자를 제대로 못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증 증세를 보이거나 학습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독증은 학습장애의 일종이지만 그 증세와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아이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사진=서울문화사 자료실 /도움말=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재석(서울아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사진=서울문화사 자료실 /도움말=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재석(서울아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피카소, 에디슨, 윈스턴 처질 등 여러 위인이 앓았다는 난독증. 난독증인 아이는 읽기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독해력도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지능이 낮거나 집중력 부족으로 글을 못 읽고 이해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아이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어나고 한글을 늦게 깨치는 경우가 많아 난독증이나 학습부진을 의심하곤 하는데 이는 전문가의 면밀한 진단 후 판단할 수 있다. 난독증은 꼭 치료받 아야 할 질환이기에 학습부진으로 오해를 받으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난독증은 어떻게 발견하고 이겨낼수 있을까?

 

초등학교 저학년인데도 글씨를 잘 못 읽으면 난독증 의심

학습장애는 일반적으로 읽기·쓰기·수학 장애로 나뉘는데, 그중 읽기장 애의 80%를 차지하는 게 난독증이다. 일반적으로 난독증의 80%는 유전 이며, 나머지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다. 난독증인 아이들의 특징은 ‘미끄럼틀’을 ‘럼끄틀미’ 식으로 글자의 순서를 바꾸거나 문장 하나, 행 하나를 통째로 빼먹고, 있는 글자를 빼먹거나 없는 글자를 추가하는 등의 양상을 자주 보인다. 이처럼 해독(음독) 능력은 부족하지만 언어 이해력은 괜찮은 경우를 ‘난독’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독증은 ADHD처럼 증상 체크리스트가 없으며, 지적장애를 판정할 때 사용하는 웩슬러 지능검사 같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보편화된 심리검사도 없다. 미국 진단 기준의 최신판인 DSM-5에도 검사와 기준 점수에 대해 명확히 써놓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발견하기 힘들뿐 아니라 일반적인 학습장애와 쉽게 구별되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것.

그럼 아이가 어떤 증상을 보일 때 난독증을 의심해야 할까? 난독증인 아이는 처음 보는 단어를 읽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며, 글자에 별로 관심도 없다. 보통 만 6세 정도 되면 글자에 큰 관심을 보이며 스스로 읽고 써보 려는 행동을 많이 하는데, 난독증이 있는 경우는 스스로 읽고 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글자를 뒤집어서 쓰거나 읽기도 한다. 이는 난독증을 가진 아이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고, 읽기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서 흔하다. 그런데 난독증 아이가 이런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읽기 학습의 시작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 그래서 학습 부진아로 오해를 받곤 한다. 다행히 전혀 못 읽는 난독증 환자는 드물고 대부분 나중에는 정확하게 그러나 매우 천천히 읽게 된다.

난독증 아이가 책을 읽어도 이해를 못 한다면 이해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해독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나 교사는 이해력이 부족한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이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책을 정확하게 읽는 해독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 대신 언어 이해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잘못 가버리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시기를 놓쳐버리니 유의해야 한다.

난독증이 의심되면 읽기와 쓰기의 정확도와 속도를 평가해 또래보다 심하게 뒤처져 있는지, 지능검사, 기초학습기능검사,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읽기 이외의 다른 기능과 환경이 정상인지 확인한다. 그다음 난독증으로 진단한 경우에는 가장 먼저 음운인식훈련으로 치료를 받는다. 난독증인 아이는 형태와 음성의 연결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아 글자가 어떤 소리를 갖는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치료 시기는 빠를수록 좋은데 초등학교 4학년 이전인 만 10세 이전에 치료받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전문가들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난독증은 학습장애의 일종

학습장애는 지능이 비교적 정상 범위에 해당하는 아이가 자신의 연령· 학년·지능 수준에 비하여 읽기·쓰기 또는 산수 능력이 2년 이상 부진한 경우를 말한다. 이 중 읽기장애의 80%가 난독증이다.

1 읽기장애 > 읽기 능력이 연령이나 학년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해 학업이나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보이는 경우다.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뇌의 측두엽과 두정엽이 비대칭을 보인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읽기장애를 가진 아이는 소리 내어 읽을 때 단어를 빼먹고 읽거나 엉뚱하게 왜곡하여 읽기도 하고, 없는 글자를 삽입해 읽거나, 읽는 속도가 느린 특징이 있다.

2 산수장애 > 반복해서 가르쳐도 연령에 적합한 연산 능력을 학습 하지 못하는 경우다. 연산기호를 혼동하고, 숫자의 단위를 학습하지 못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후천적인 교육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우세하다.

3 쓰기장애 > 글을 쓸 때 철자법의 오류뿐만 아니라 문법, 띄어쓰기, 구두점의 적절한 사용에도 어려움이 있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말하는 것을 먼저 배우고, 다음에 읽는 것을 배우며, 쓰기는 가장 나중에 배우기 때문에 읽기장애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발견된다.

 

▶학습장애가 생기는 원인은?

1 감각에 문제가 있을 때 > 감각이 깨지거나 울퉁불퉁한 거울 같다. 글자를 보았을 때 하나하나가 분해되어 보이거나, 물속에서 글자를 읽는 것처럼 흔들려 보이며, 글자가 출렁거리면서 도망 다닌다. P와 B가 똑같은 글자로 보이기도 한다. 왜곡된 감각을 교정하는 치료를 받아야 상태가 호전된다.

2 전두엽의 기능이 낮을 때 > 문자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숨은그림찾기 같은 것도 매우 어려워한다. 소아청소년과나 소아정신 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지능, 학업성취도, 주의력 등을 검사하는 것이 필요하며,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훈련 및 치료를 받는다.

난독증을 포함한 학습장애는 모두 적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이가 난독증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부모는 크게 당황하고 좀처럼 나아 지지 않는 아이를 보며 좌절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기에 치료를 받으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난독증 치료의 적기인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아이가 글자를 읽거나 쓰기에 유난히 거부감을 보인다면 난독증이 의심되니 전문가를 꼭 찾아가자.

난독증은 선천적인 이유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학습이 미진해서 발생하 기도 한다. 특히 어릴 때 정확한 발음을 귀로 들어서 뇌에 음가의 샘플이 저장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놓치거나 귀에 문제가 생겨 듣지 못하면그 글자를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듣는’ 기능이 정상적인지 잘 살피고 읽기 학습도 체계적으로 하도록 권한다. 또 한글을 늦게 깨치는 아이들이 많아진 이유도 ‘낱글자 교육’이 아닌 ‘통글자 교육’으로 변한 트렌드의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를 치료할 때 낱글자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듯이 일반적인 아이도 처음부터 낱글자를 익히는 방식으로 한글을 배우면 글자를 읽거나 쓰는 게 덜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상에서 읽기 능력을 키우는 교육법

아이의 보편적인 읽기 능력을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일상생활에서 읽기를 가르칠 기회를 찾아보자.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포장지에 쓰인 글자를 읽어주고, 궁금해하는 것에 성실히 답해준다면 아이는 ‘읽는 것은 재미있고 유용하다’고 생각해 읽고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주는 단계와 아이가 스스로 소리 내어 읽는 단계를 거치면서 문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단어를 깨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쓰기를 가르치면 머릿속 에서만 맴돌았던 소리를 문자로 쓰면서 적절한 단어를 고르고 그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특정 문자 정보를 찾으려 할 때 원하는 텍스트가 어디서 나왔는지 위치를 추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훨씬 분명한 위치감을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종이책으로 읽은 내용은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읽기 능력을 키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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