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백화점, 주주 요구에 자산 재평가···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한진 자산 재평가, 2대주주 경영참여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어

국내 일부 상장사들이 최근들어 자산 재평가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산 가치 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지만 이면에는 주주가치 제고, 경영권 방어 등 다양한 의도가 깃들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주주 행동이 본격화하고 있어 이같은 자산 재평가 관련 움직임은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 재평가는 자산이 물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장부가액과 현실가액에 크게 차이가 생긴 경우 자산을 재평가해 장부가액을 현실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 재평가를 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산 재평가는 감가상각비 상승, 배당압력 증가, 주가 상승에 따른 증여 부담 확대 등이 생겨 경영자나 최대주주가 꺼리는 경우도 많다. 

◇ 그랜드백화점, 자산 재평가로 주가 ‘UP’

그랜드백화점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HTS
그랜드백화점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HTS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그랜드백화점은 지난 8일 보유 중인 토지 자산 재평가로 인해 415억원 가량의 재평가 차액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이연 법인세를 제외하고 323억원의 재평가잉여금이 증가해 자본이 늘어나게 됐다.

앞선 지난달 11일 그랜드백화점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경기 김포시 풍무동 등의 유형자산과 투자 부동산에 대해 자산 재평가를 결정했다. 명목상으로는 재무 구조개선 및 공정가액 반영이 목적이었다. 다만 이같은 결정 배경에는 재무구조 개선 외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도 뒤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랜드백화점은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의 합이 시가총액보다 높은 대표적인 자산주로 가치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았던 종목이었다”며 “그동안 자산 재평가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지속돼 왔는데, 이번 자산 재평가는 이러한 차원에서도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러한 영향에 그랜드백화점의 주가는 최근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그랜드백화점 주가는 지난달 2일 1만7950원에 시작해 지난 12일 2만1750원까지 21% 가량 상승했다. 특히 자산 재평가 관련 공시가 나왔던 지난달 11일과 이달 8일에는 장중 각각 7%, 9.49%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12일에는 주식분할 공시도 곁들어지면서 장중 15.56%까지 치솟기도 했다.   

◇ 한진의 자산 재평가를 둘러싼 논쟁

한진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HTS
한진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HTS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 역시 최근 자산 재평가를 실시했다. 한진은 이달 1일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법인 15%)이상 변경’ 공시를 내면서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다 자산 재평가 실시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한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43%로 전년 182%에서 39%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이같은 자산 재평가를 다르게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진 2대주주인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의 경영 참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자산을 늘렸다는 주장이다. 앞서 KCGI는 한진에 기업지배구조개선과 경영투명성 증진을 위해 감사 1인을 추천했다. 하지만 개별 기준 자산이 2조원을 넘어서면 상법상 상근감사가 아닌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게 돼 KCGI보다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게 됐다.

실제 한진은 이번 재평가로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산이 전년 말 2조4538억원에서 2조6794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한진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자산도 3분기 말 기준 1조9185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원 이상으로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해 차입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산을 2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 주주 행동주의, 상장사 자산 재평가 움직임 이끈다

이같은 자산 재평가는 최근 주주 행동주의가 거세지면서 더욱 활발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자산 가치가 오랫동안 저평가돼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자산 가치 현실화에 대한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는 까닭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든 자산 재평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론 투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거세지면서 특히 자산주나 기업 승계 목적으로 자산 재평가를 하지 않는 상장사를 중심으로 자산 재평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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