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잘 팔린다”··· 백화점 키즈 브랜드 매출 매년 올라
수십만원 달하는 日 초등학생 책가방, 국내서 인기몰이
방과후 양육공백 메우기 위한 사교육비 지출도 양육비 부담에 가세

#. 서울 성수동에 사는 박민영(39세)씨 부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100만원가량을 썼다. 부부는 그동안 가방 세트(15만원)·운동화 한 켤레(3만5000원)·옷(20만원 가량)·책상(49만원)·안경(5만원) 등을 구매했다.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음에도 학원비 등과 합치면 초등학교 입학에 들어가는 돈만 300만원을 훌쩍 넘기게 됐다. 

아이 한 명 초등학교 보내는데만 수백만원의 목돈이 들어가고 있다. 고가의 책가방·옷·신발·학용품 등 신학기 제품 구매에 드는 비용과 더불어, 맞벌이 부부의 경우 방과후 양육공백을 메우기 위한 학원 등록까지 더해지며 양육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이 되는 것은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는 것과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 학제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는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은 그만큼 다양하다. 가방부터 신발, 옷, 필기구, 예체 관련 각종 준비물부터 아이의 첫 스마트폰, 안경, 책상도 이 때 구매되기도 한다. 구매 목록은 대부분 비슷하나 구매 제품의 브랜드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앞서 소개한 박씨는 "책상은 적어도 6학년까지는 계속 사용할 생각으로 큰 마음 먹고 이번에 구매했다"면서 "유치원 수업에서는 칠판을 볼 일이 없어서 안경이 필요한 줄 몰랐는데, 초등학교에서는 교실 뒷자리에 앉을 경우 칠판이 안보일 수 있어서 안경을 맞추게 됐다. 이전보다 신경쓸 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 물건이라 비싼 브랜드는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초등학교 보내는 데 이렇게나 돈이 많이 든다. 물건 사는것 말고도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허리가 휘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서초동에 사는 B(42세)씨는 아이 책가방을 시부모님으로부터 선물받았다. 일본 초등학생 책가방으로 유명한 '란도셀'이었다. 브랜드에 따라 싸게는 20만원대에서 비싸게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책가방임에도 지난 몇 년동안 국내서 인기를 끌어왔다.

일본에서 란도셀 완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한 홈페이지에 게재된 상품 가격은 47~53만원 선. 또다른 유명 란도셀 브랜드 세이반(일명 '천사의날개' 란도셀) 제품 가격은 해외직구시 30만~70만원 후반대에 달한다. '고급 소가죽으로 만들어져 광택이 다르다는' 초고가 브랜드의 경우 수십만원이 우습다는 듯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B씨는 "8살이 메기에는 가방이 무거워서 사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시부모님께서 란도셀을 선물 해주셨다"면서 "제품을 고를때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란도셀 말고도 수아베라망이나 봉통, 빈폴 키즈 가방도 많이들 산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란도셀과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뿐 아니라 해외 명품 아동 의류의 인기도 높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의 전체 프리미엄 아동복 신장률은 전년 대비 4.8%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유아동 상품군 매출도 △2016년 8.1% △2017년 10.2% △2018년 12.9%씩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해외 고가 브랜드 입점도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압구정본점과 판교점에 아동 수입의류 편집숍 '한스타일키즈'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에서는 MSGM 키즈, 프리미아타 키즈, 마르니 키즈 등 11개 브랜드의 아동의류·잡화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격대가 30만~40만원대인 마르니 키즈 슈즈, 필립모델, 프리미아타, N21 슈즈, 디스퀘어드 슈즈 등 수입 슈즈 브랜드를 강화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60대 이상 고객의 유아동복 상품군 신장률은 매년 20% 가량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입학으로 변하는 건 아이가 쓰는 물건뿐만이 아니다. 상황도 변한다. 맞벌이를 하는 박씨 부부는 하교길 아이를 픽업할 수 없어 아이의 방과후를 책임질 학원 두 곳에 등록했다. 주 2회 가는 태권도 학원의 한 달 등록비는 10만원, 주 2회가는 영어학원은 15만원이다.

박씨는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은 그나마 저렴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 가는 영어학원은 40만원대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발생하는 양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친정어머니를 서울로 불렀다. 부부는 어머니에게는 사설 베에비시터 고용 금액과 비슷한 150만원을 드리기로 했다. 

초등학교 입학 준비물 100만원을 제외하고도, 앞으로 다달이 학원비와 양육비로 나가야 하는 돈이 180만원가량인 것이다.  

"(학원을)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건 아니다"는 게 박씨 부부의 생각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같은 경우에도 대기가 워낙 길다고 들어서 그것만 믿고 있을 순 없다. 전화해도 매번 통화 중"이라면서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부모님을 서울로 부른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사진=셔터스톡(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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