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2조원 풀릴 듯, 9년 만에 최대 규모
과거 토지보상금 부동산 시장 혼란 부추겨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공공주택지구, 산업단지, 뉴스테이 사업 등을 통해 올해 시중에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2010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규모다.

앞으로 풀릴 토지보상금도 역대급이다. 2~3년 뒤에는 3기 신도시와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 사업장에서도 대규모 보상비가 풀릴 예정이다. 3기 신도시의 경우 예상 보상금액은 20조원에서 최대 80조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중소규모 공공택지까지 더하면 보상금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대규모 보상금이 잠잠해진 부동산 시장을 다시 들쑤시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과거에도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주변 땅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토지보상금 29조원 가운데 37.8%가 부동산 거래에 쓰였으며 지방에서 풀린 보상금 중 8.9%가 수도권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 조성 때도 보상금으로 인한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변 땅값 상승을 부추겼다.

특히 토지보상금액으로 재투자할 경우 취득세가 면제되는 점은 인근 지역의 부동산 거래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행 토지수용법에 따르면 공공사업으로 토지를 수용당한 사람이 수용토지 반경 20km 이내에서 같은 종류의 토지를 구입하면 취득세 면제 등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물론 주택공급계획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SOC, 예타면제 사업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 다만 막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일으킨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토지보상 계획을 정밀하게 세우지 않는다면 정부가 2년간 공을 들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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