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탐정소] ‘박근혜 옥살이’ 때 아닌 진실공방
  • 이창원 기자(won23@sisajournal-e.com)
  • 승인 2019.02.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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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황교안 전 총리, 박근혜 전 대통령 ‘옥중생활’ 지원 최선 다했다” ☞ 판단유보
② “황 전 총리, 특검 연장 불승인은 직권남용” ☞ 과장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나브로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다. 아무 검증 없이 유포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불특정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포털·SNS 등이 제공하는 맞춤형 정보 알고리즘의 부작용 ‘필터버블(Filter Bubble,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을 편식하게 되는 현상)’로 인해 ‘진짜뉴스’가 ‘가짜뉴스’로 치부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시사저널e는 ‘가짜뉴스’로 인해 생기는 혼란을 줄이고, 뉴스 수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개선을 위해 ‘팩트탐정소’를 고정코너로 운영한다. [편집자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생활’이 때아닌 진실공방에 휩싸였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다. 

‘박근혜 옥중생활’ 논란은 오는 27일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터져 나왔다. 이번 전당대회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 대표 유력 주자로 떠오르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당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등을 지내면서 이른바 ‘친박(親박근혜)’계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유일한 접견인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는 황 전 총리의 일부 발언에 대해 작심 비판하면서 공방이 가열됐다. 

이어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검’의 수사기한 연장을 불허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등은 ‘국정농단 공범’이라는 점을 황 전 총리가 인정한 것이라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할 것을 촉구했다.  

시사저널e ‘팩트탐정소’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생활을 중심으로 황교안 전 총리의 해명과 유영하 변호사의 주장, 정치권의 문제제기 등을 팩트체크해봤다. 

 

①“황교안 전 총리, 박근혜 전 대통령 ‘옥중생활’ 지원에 최선 다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7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7년 3월 31일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직후 허리 통증을 이유로 교도소에 의자와 책상을 반입해 줄 것을 조대환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당시 청와대 복수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조 전 수석은 민정수석실 내 교정업무 담당자에게 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때와는 규정이 달라져 어렵다”고 보고했고, 조 전 수석은 황 전 총리에게 ‘사실상 문제해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법무부가 규정을 검토한 후 다시 총리실에 반입이 어렵다는 취지로 보고하면서, 결국 박 전 대통령 교도소의 의자와 책상 반입은 불발된 것으로 정리된다. 

책상·의자 반입 무산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고 있었던 황 전 총리는 지난 8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최선을 다해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의 주장 이후 불거진 친박계 여부 논란에 대한 해명성 입장이었다. 

황 전 총리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노력’ 내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관계자들의 말 등을 종합해봤을 때 황 전 총리 입장에서는 법무부에 규정 검토를 요청한 행위 자체가 최선의 노력이었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당시 탄핵국면에서 법무부의 규정 검토 결과상 의자와 책상 반입이 어렵다고 보고된 만큼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법무부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지난 2017년 7월 21일 의자와 책상이 반입됐다는 것이다. 유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황 전 총리에 대한 ‘섭섭함’을 전했다.

유 변호사는 “확인해본 결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7년 7월 21일 책상·의자가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며 “교도소 측에서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보고를 했는지, 보고를 받았는지는 제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책상·의자 반입 가부가 엇갈린 것은 교도소 내 의자와 책상 반입 규정에 대한 해석을 각기 다르게 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수용시설 내 책상·의자 반입과 관련된 규정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시행규칙’ 등이다.

우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3장(금품관리) 제26조(수용자의 물품소지 등) 1항에는 ‘수용자는 서신·도서, 그밖에 수용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에서 소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같은 법률 제2장(물품지급) 제24조(물품의 자비구매) 1항에는 ‘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자신의 비용으로 음식물·의류·침구, 그밖에 수용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2항에는 ‘물품의 자비구매 허가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시행규칙 제16조(자비구매물품의 종류 등) 1항에서는 자비구매 물품 종류를 ‘음식물, 의약품 및 의료용품, 의류·침구류 및 신발류, 신문·잡지·도서 및 문구류, 수형자 교육 등 교정교화에 필요한 물품, 그밖에 수용생활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물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2항에서는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자비구매물품의 품목·유형 및 규격 등은 영 제31조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장이 정하되, 수용생활에 필요한 정도, 가격과 품질, 다른 교정시설과의 균형, 공급하기 쉬운 정도 및 수용자의 선호도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들 규정에 비춰봤을 때 박 전 대통령이 요청한 의자와 책상을 ‘그밖에 수용생활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물품’으로 봤느냐가 쟁점이다. 결과적으로 황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의 법무부 및 교도소장은 반입 불가 물품으로 판단했고,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반입 가능 물품으로 판단한 것이다.

규정상으로는 법무부와 교도소장의 해석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문제가 되고 있는 의자와 책상 반입 문제의 옳고 그름은 판단할 수 없다.

다만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옥중생활’ 지원에 ‘최선’을 다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은 당시 행정부 수장 대행으로서 법무부에 물품 반입 검토 과정에서 ‘적극적 행동’을 취했느냐의 여부로 바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당사자인 황 전 총리만이 책상·의자 반입과 관련해 구체적 지시 사항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무부와 교도소장에게 법 해석의 재량이 상당 부분 있는 만큼 당시 권한대행으로 행정부 수반이 황 전 총리가 적극적인 대처를 했다는 반입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②“황교안 전 총리, 특검 연장 불승인은 직권남용”?

 

황 전 총리가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한 연장 요청을 거부했다는 발언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황 전 총리는 지난 9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은 자리에서 “(박영수 특검이) 수사 진행 중일 때 1차 수사를 마치고 더 조사하겠다고 수사기한 연장을 요청했다”며 “그때 ‘제가 볼 때는 수사가 다 끝났다. 이 정도에서 끝내자’라고 해서 수사기한 연장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것도 했는데, 지금 (유영하 변호사가) 얘기하는 그런(교도소의 책상과 의자 반입) 문제보다 훨씬 큰일을 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2월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서는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행해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특검 수사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특검 수사기간 연장 불승인 사유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황 전 총리의 이번 발언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은 ‘박 전 대통령을 위한 정치적 불승인’이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황 전 총리가 스스로 ‘국정농단 공범’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당 대표 후보를 사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검 수사기간에 대해서는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의 제4장(사건처리절차) 제10조(수사기간 등)에 명시돼 있다.

특검법 10조 2항에는 ‘특별검사는 제1항의 준비기간(임명된 날부터 20일 동안)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담당사건에 대한 수사를 완료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돼있고, 3항에는 ‘특별검사가 제2항의 기간 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통령에게 그 사유를 보고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수사기간을 한 차례만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법 10조 4항에는 ‘제3항에 따른 보고 및 승인요청은 수사기간 만료 3일 전에 행하여져야 하고, 대통령은 수사기간 만료 전에 승인 여부를 특별검사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검법에 따르면 황 전 총리의 특검 수사기간 불승인은 절차상 문제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평화당은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이 아닌 ‘박 전 대통령 봐주기’에 불과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특검 수사 연장이 불허되면서 수사가 원천 봉쇄됐다는 것이다.

반면 황 전 총리는 ‘기소 및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준’으로 특검 수사가 진행돼 주요 목적과 취지가 달성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에도 탄핵·특검 수사로 인한 국론이 분열된 점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황 전 총리가 ‘충분한 수사’가 진행됐었다고 주장하는 이상 ‘직권남용’을 일방적으로 적용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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