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아닌 10여명 공채 출신 직원들로 구성
대중성·시의성·작품성 분석 후 투자 진행
독립 저예산 영화에도 투자, 영화 다양성 보호

서울 영등포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최근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 표를 구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최근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 표를 구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영화 ‘극한직업’이 국내 영화 가운데 올해 첫 1000만 관객 영화가 되면서 투자를 주도한 IBK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금융팀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 중에는 1000만 영화가 곧잘 나왔고, 이같은 투자의 중심에는 문화콘텐츠금융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영화 투자 수익을 높여 은행의 예대마진 의존성을 낮추고 국내 영화 육성을 통한 사회적 가치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금융팀이 투자한 영화 ‘극한직업’이 이날 기준으로 관객 수 1305만 명을 넘어섰다. 기업은행은 2017년 12월에 개봉한 ‘신과함께’ 1편을 비롯해 ‘신과함께’ 2편이 관객 1000만을 돌파하며 최근 투자한 영화 중 3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 최근 1년 동안 기업은행이 투자해 손익분기점을 초과 달성한 영화는 ‘공작(관객 497만명)’, ‘탐정:리턴즈(314만명)’, ‘말모이(285만명)’ 등이다. 
 
극한직업 손익분기점 관객 수는 247만명이다. 관객 수 1300만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의 5배를 넘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극한직업의 누적매출액은 2월4일 기준 113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이 영화에 직접투자 7억원, 간접투자 9000만원 등 모두 7억9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한 투자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영화 투자에서 매년 가시적인 성과를 내놨다. 지난해 투자영화 17건 중 9건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신과함께’ 같은 대형 작품 외에도 ‘리틀포레스트’, ‘소공녀’ 등 저예산 영화에도 투자했다. 

기업은행의 영화 투자 흥행은 문화콘텐츠금융팀이 이끌고 있다. 문화콘텐츠금융팀은 이동연 부장과 직원 10여명으로 구성됐다. 직원은 모두 공채 출신 은행원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영화 전문가들이 아니라 기업은행 직원들이 시나리오 등을 통해 영화 흥행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금융팀을 2012년 업계 최초로 만들었다. 8년째 다양한 영화에 투자 해오면서 국책은행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중이다. 

기업은행이 문화콘텐츠금융팀을 만든 후 지난해까지 문화산업에 지원한 금융지원금액은 2조3000억원이다. 연간 투자금액도 초반 2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간접투자 방식에서 현재는 직접투자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문화콘텐츠금융팀은 영화 투자를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리오를 읽고 작품성과 대중성, 시의성을 판단한다. 감독과 출연 배우, 경쟁작 등에 대한 정보를 분석한 뒤 영화의 흥행 여부를 판단한다. 기업은행은 이런 이유로 1000만 영화 투자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흥행 영화 투자 외에도 문화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독립·저예산 영화에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수익만 아니라 영화의 다양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나리오 등 작품을 꼼꼼하게 평가해 투자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투자 성공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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