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극히 유감, 엄중 항의” 적반하장 대응
문희상 “일본 수십 번 사과했다지만 내가 봤을 때 그런 적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당대회(전당대회)에서 총재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당대회(전당대회)에서 총재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일왕이 위안부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발언의 사죄와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에 이어 이날 관방장관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까지 문 의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2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의 발언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 정부에 극히 유감이라는 취지로 엄중하게 의사 표시를 하고 있다”며 “사죄와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발언에 대해 고위급 레벨(수준)을 포함한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측에 대응하고 있다”며 “8일 외무성 국장급 레벨에서 의사 표시를 한 데 이어 9일에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 외교부 제1차관에게 재차 의사 표시를 했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일본 정부의 사죄 요구에 한국 정부로부터 아직 반응이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도 이날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문 의장 발언에 대해 “정말로 놀랐다. 즉시 외교 경로를 통해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극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의사 표시를 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明仁) 현 일왕은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이라며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 위안부의 손을 잡고 진정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현 아키히토 일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장남이다. 오는 4월 31일 퇴위해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왕좌를 넘길 예정이다.

이에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문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에게 ‘일왕 사과’ 발언에 대해 “일본 측은 수십 번 사과했다고 말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왕이 ‘전쟁범죄 주범 아들’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전쟁 당시 일본 국왕의 아들이라는 의미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지도자의 진정 어린 사과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고노 다로 외무상은 전날 필리핀 방문 중 기자들에게 문 의장의 발언에 대해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며 “한일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 한국 측도 특별히 재교섭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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