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 15일 회동해 구체적 대북 협상 전략 의견 교환
북·미, 내주 실무협상 통해 정상회담 합의문 논의
전문가들 “정상회담 전 실무협상서 이견 차 조율 후 최종 타결안 만들 가능성 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에서 열린 신년 국정연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가를 2차 북미정상회담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서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에서 열린 신년 국정연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가를 2차 북미정상회담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서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될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미 양국은 내주 아시아 제3국에서 2차 회담 전 마지막 실무협상을 진행한다. 특히 북미 간 평양 실무회담 분위기가 긍정적이고 협의를 위한 좋은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번 실무협상에서 양국의 최종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다는 데 관심이 모인다.

다음주부터 아시아 제3국에서 열릴 북미 간 3차 실무협상을 앞두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오는 13~14일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같은 주 예정된 한미 정상간 통화에 앞서 양 장관은 먼저 만나 대북 협상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측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3~14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중동 평화안보 이슈 관련 장관급 회담에 이어 15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독일 국제회의 방문을 계기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구체적 협상 전략과 합의문 내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 외교장관 회동에서 우리 측은 이번 회담 성공을 위해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을 제시하면서 한국 입장에서 기대하는 비핵화·상응조치 합의의 윤곽을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강 장관은 다자회의 무대를 활용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현재 진행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외교장관이 직접 만나는 것은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회동에서 북한을 향한 과감한 비핵화 조치 또는 대북제재 완화 등과 관련해 유의미한 언급이 나올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 북·미, 아시아 제3국에서 정상회담 전 마지막 실무협상

한미 외교장관 회동이 마무리되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북한 특별대표가 아시아 제3국에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북미 간 협상 장소는 아시아 제3국으로 공식 발표됐지만 베트남 하노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지난 일주일간의 서울·평양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9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비건 대표는 워싱턴으로 돌아가 방북 협의 결과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또 그는 북한과의 협상 내용을 바탕으로 후속 실무협상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대표가 평양회담을 마치고 남측으로 돌아온 다음 날인 9일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하노이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북미 양측이 2차 정상회담까지 추가 실무협상, 물밑접촉 등을 통해 비핵화 이행 조치와 상응조치를 두고 줄다리기 싸움을 이어갈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쏠린다.

앞서 평양 실무회담에서 비건 대표는 김혁철 대표와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 전반에 대한 의제를 테이블에 꺼내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2차 북미정상회담 전 추가 실무협상과 관련해 “첫 실무회담에서는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북미 간)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사안에 대해 의제는 합의했다”며 “그러나 이번이 실질적인 첫 실무회담이었다. 의제에는 동의했지만 협상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은 당초 북한의 포괄적인 핵 신고까지 포함하는 비핵화 조치를 협상의 목표로 삼았으나 이번 협상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상응 조치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에 대해 영변·동창리 시설 폐기와 함께 전향적인 추가 비핵화 조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진행되는 실무협상에서 북미 양측은 베트남 공동선언에 담을 내용을 채우기 위해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이견 좁히기, 합의 문안과 문구를 조율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양측이 이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여전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 없는 회담’이라는 비판을 받는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미 양국은 이견차를 좁히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제대로 된 합의가 없다는 점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대응책에 대해 논의 한다면, 미국 측이 한국 정부에 중재 역할 등 많은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미국 의회에서도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을 희망하면서 기대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만큼 이번에도 큰 건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이번 회담도 결국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처럼 마무리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을 다각도로 압박하며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북미는 그동안 물밑접촉, 실무협상 등을 통해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어느정도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지만, 이견 차로 세부적 합의문을 만들지는 못한 것 같다”며 “다만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약 2주간의 시간이 남았고, 1차 정상회담처럼 의제만 합의하는 데 그치면 실패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상회담 전까지 북미가 타결할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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