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에서 중상류층 주거지로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사업 속속 진행
“사업 완료되면 강남 대체 불가능한 지역 될 것”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재건축 사업 진행 현황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치동은 명문학교 통학과 학원 사교육이 동시에 가능해 수험생 자녀들을 둔 부모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거주지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대부분이 준공 30~40년을 넘은 탓에 실질적인 주거환경은 좋지 않은 편이다. 이에 따라 각 단지들은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재건축이 모두 완료되면 대치동은 기존 교육환경과 맞물려 강남 최고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

◇명문학군·학원가 형성 이후 중상류층 주거지로 탈바꿈

대치동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토지의 절반이 논밭인 농촌마을이었다. 이곳이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계획된 시기는 박정희 정부 시절이다. 당시 정부는 ‘영동 토지구획정리사업’(강남 개발의 정식 명칭)을 진행했다. 강남을 대규모 주거단지로 개발해 서울 강북에 몰린 인구를 분산시키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반포·압구정 등에 이어 대치동에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때 영향으로 현재 대치동 내 주택(2015년 기준)의 약 4분의 3(75.6%)이 아파트다.

주거단지 형성 초기인 1979년부터 1984년까지 대치동에는 1만445세대의 아파트가 공급됐다. 1979년에는 4400여세대의 대단지 은마아파트가 들어섰고, 1983년에는 한보미도맨션(2400세대), 선경(1000여세대), 개포우성1차(690세대), 대치쌍용1차(994세대) 등 대단지들이 한꺼번에 준공됐다.

당시 정부는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면서 강북의 명문고들도 대거 이전시키는 계획도 세웠다. 이는 강북 수요를 강남으로 이동시키려는 강력한 유인책이었다. 1978년 휘문고를 시작으로 숙명여고, 경기고, 단대부고, 중동고 등이 대치동 일대로 이동했다. 이후 교육열이 높은 중상류층의 이주가 급증했고, 이들을 잡기 위한 학원들도 속속 등장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농촌마을이던 대치동은 박정희 정부 시절 추진한 강남 개발로 인해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했다.  1979년 4400여세대의 은마아파트가 가장 먼저 준공됐다. 사진은 1978년  대치동 일대 모습. / 사진=서울시
1970년대 중반까지만 농촌마을이던 대치동은 박정희 정부 시절 추진한 강남 개발로 인해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했다. 1979년 4400여세대의 은마아파트가 가장 먼저 준공됐다. 사진은 1978년 대치동 일대 모습. / 사진=서울시

특히 대치동에는 유해업소가 없는데다 주변 대비 임대료가 저렴해 학원이 몰려들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운동권 학생들과 전교조 출신 고학력자들이 학원가로 대거 유입됐다. 이후 학원수강 금지 해제(1992년), 수능제도 도입(1994년) 등의 여파로 대치동 학원가는 급성장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명문학군과 유명 학원가가 형성되면서 대치동에는 전국의 맹모(孟母)들이 몰려들었다. 이는 은마아파트와 더불어 개포우성1·2차, 선경1·2차, 한보미도맨션, 대치쌍용 등 주변 아파트 몸값을 올리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대치동에 전세로 머무는 가구를 지칭하는 ‘대전세대’도 등장했다.

하지만 대치동 내 아파트 단지들은 30~40년전에 지어진 탓에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올해로 준공 40년차를 맞이한 은마아파트의 경우 녹물이 나오고 누수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주민들 간 새 아파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대치동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하나둘 진행되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 이후, 주변 단지도 시동

대치동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 사업을 진행한 단지는 은마아파트다. 이 단지는 재건축 연한이 20년이던 2000년대 초반, 안전진단을 신청했지만 거듭 낙방했다. 그 사이 아파트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노후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은마아파트가 인근 아파트에 비해 유독 노후화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지부진 했던 재건축 사업은 2010년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추진위)는 2015년부터 49층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추진위의 정비계획안은 서울시 도시계회위원회 심의에서 매번 고배를 마셨고, 결국 주민 투표를 거쳐 35층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를 반영한 정비계획안은 현재 강남구청을 거쳐 서울시 도계위 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은마아파트를 시작으로 대치동 일대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한강미도맨션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은마아파트를 시작으로 대치동 일대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한강미도맨션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은마아파트 건너편에 위치한 개포우성1·2차, 선경1·2차, 한보미도맨션 이른바 ‘우선미’라 불리는 세 단지도 재건축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들 단지 모두 재건축 사업의 기초단계인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한보미도맨션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해 6월 정비계획안을 제출하고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선경은 아직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설립되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마아파트와 양재천 사이에 위치한 대치쌍용1·2차와 대치우성 1차는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빠른 편이다. 대치쌍용2차는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조합은 무상설계 범위와 특화설계 관련 비용 등에 대한 부분을 놓고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협상 중이다. 옆 단지인 대치쌍용1차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대치우성 1차는 2017년 조합설립을 마치고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강남 대치동 구마을도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치동 구마을은 은마아파트와 휘문고등학교 사이에 있는 강남구 유일의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지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은마아파트와 동일 생활권으로 강남권에서는 이미 ‘알짜 재건축’으로 불린다.

구마을 사업지는 1·2·3지구 등 총 3개로 나뉘어 있다. 1·2지구는 지난해 재건축 마무리 절차인 관리처분계획인가 승인을 받고 이주·철거가 진행 중이다. 3지구는 현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3개 지구가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1000여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대치동은 우수한 학군과 주변 생활편의 시설 등을 갖춘 입지적 장점 덕분에 매년 전국에서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며 “하지만 노후화된 아파트 단지는 대치동이 강남 대표 주거단지로 올라서는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사업이 하나둘 완료되면 강남권에서 대체 불가능한 주거지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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