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 둘러싼 갑론을박 들여다보니
  • 최창원 기자(chwonn@sisajournal-e.com)
  • 승인 2019.02.11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영권 보장’ vs ‘세계적 흐름’···쟁점 놓고 찬·반 격론 대립 격화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과 관련, ‘경영권 보장’과 ‘세계적 흐름’이라는 쟁점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에서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일단 차등의결권 도입을 주장해온 업계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업계 주장이 잘못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 “경영권 보장을 통한 성장 지속” vs “경영권 보장은 이미 가능”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만 주식 1주당 의결권 10개 등을 부여해 창업자의 기업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이다. 이는 상법상의 1주 1의결권 원칙을 벗어나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업계가 차등의결권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기업 성장과 관련 있다. 벤처기업은 연구개발 등 투자를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벤처기업은 자금 조달을 정부 자금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기업이 민간 투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비율은 전체 0.2%에 불과하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아 창업자가 신경쓸 게 너무 많다”며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투자 활로를 넓히고 기업 성장에만 힘쓸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차등의결권 도입 반대 측은 경영권 보장은 현행 상법으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011년 4월 상법 개정으로 다양한 종류의 주식 발행이 허용됐는데, 이 중 제344조의3(의결권의 배제·제한에 관한 종류주식)은 차등의결권 주식과 기능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의결권이 없는 종류주식은 오로지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주식”이라며 “경영권 보장을 이유로 차등의결권 도입을 외칠 것이 아니라 현행 상법을 활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 “홍콩, 싱가포르도 차등의결권 도입” vs “폐지 논의가 세계적 흐름”

도입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세계적 흐름이다. 도입 찬성 측은 지난해 홍콩과 싱가포르의 차등의결권 도입을 근거로 세계적 흐름에 뒤처져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홍콩거래소는 지난해 4월 상장 제도 개혁을 통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2014년 차등의결권을 이유로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후 샤오미 역시 홍콩거래소 상장 여부를 저울질하자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것이다. 이어 경쟁사인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도 차등의결권을 허용했다.

하지만 반대 측은 홍콩, 싱가포르의 차등의결권 도입이 곧 세계적 흐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거래소의 실적 감소, 중국 기업들의 IPO(기업공개) 유치 등을 위해 홍콩이 주요 기관의 반대에도 어쩔 수 없이 도입한 것”이라며 “국내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 주장의 근거로는 맥락과 내용이 다르고 세계적 흐름이라 볼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홍콩거래소가 차등의결권 도입에 나서자 Black Rock, Vanguard Group, SSGA 등 세계 16개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1주 1의결권 원칙이 무너지면 주주들의 권리도 무너진다며 도입을 반대했다. 또 당시 홍콩거래소는 IPO를 통한 자금조달액이 전년 대비 45% 감소한 상태였다.

최창원 기자
산업부
최창원 기자
chwonn@sisajournal-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