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국내 자동차 생산 역성장···한국자동차산업협회 "고비용 저효율 구조 고착" 지적
노사상생·적정임금 앞세운 광주형 일자리, 노조 반발에 실효성 논란···"중장기적 사업 지속성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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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사진=연합뉴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쪼그라들면서 고비용 저효율 생산 구조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노사 상생을 표방하고 적정임금을 내세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업계 체질개선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다만, 사업 추진 초기부터 노동계 반발과 실효성 논란이 잇따라 국내 생산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란 기대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지난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2018년 10대 자동차 생산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402만9000대로 기록됐다. 지난 2015년 455만6000대에서 2016년 422만9000대, 2017년 411만5000대로 줄어들며 3년째 역성장 하고 있다.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3년 연속 생산량 감소를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협회 측은 저임금을 앞세운 인도, 멕시코 등 신흥국 시장에 밀려 생산량 순위가 하락했다고 봤다. 국내 고비용‧저효율 생산 구조가 자동차 생산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생산 중단,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반면, 인도와 멕시코는 임금수준 대비 높은 생산성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성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이후 보다 커지고 있다. 투입되는 노동력 및 임금보다 생산량이 적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매년 이어진 노조 파업도 회사의 생산 계획에 차질을 주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경직된 노동 시장 구조와 지속된 노사 대립이 생산 경쟁력을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노사상생 생산시스템과 적정임금 정책을 앞세운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을 현행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파행을 겪은 뒤 지난달 말 타결된 광주형 일자리는 초임 연봉 3500만원(근로시간 주 44시간 기준)이란 적정임금을 책정하기로 합의됐다. 광주시가 법인 자본금 7000억원 중 자기자본금(2800억원)의 21%인 590억원을, 현대차는 19%인 530억원을 투자한다. 연간 1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오는 2021년 하반기 공장 완공을 목표로 한다. 첫 생산될 차종은 내수용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현재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해결할 주요 방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노동계 반발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성명문을 내고 “광주형 일자리가 전체 노동자 임금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올 뿐 아니라 과잉 중복투자, 경차시장 과포화 상태, 지역별 저임금 기업유치경쟁 등을 이유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광주형 일자리 전면 재검토 요구와 민주노총 노동법 개악 저리를 위한 2월 총파업과 연계해 대정부 투쟁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광주형 사업 모델이 초기 목적과 달리 특정 지역,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지역 및 노사 갈등만 점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당장 5년 후가 걱정되는 사업”이라며 “초기 개념에서 기획이 완전히 틀어진 상황이다. 공장이 완공되는 2년 뒤의 수급 구조도 고려가 돼야 했다. 특정 지역에 대한 지원이다보니 지역별 반발 심리도 부추기고 있다. 중장기적 차원의 정책, 전략에 의문이 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사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는 까닭에 사업 추진에 상생이라는 당초 사업 취지의 실효성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달 출범한 자동차 노사정 협의체가 노사 대립각을 완화하고 전향적 사업 추진을 이끌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노사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는 데엔 의미가 있지만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둘러싼 현안 해결은 다소 요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자동차 노사정 협의체가 출범해 대화의 장을 마련, 광주형 일자리를 현안에 올려 논의를 이끄는 것도 좋지만 가시적 성과를 가져오긴 어렵다고 본다. 광주형 일자리가 태생적으로 일자리 창출모델로서 한계를 안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라며 “국가가 노사를 끌고 와 추진한 사업이기 때문에 마냥 협조하라는 식의 대응은 사실상 노조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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