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증시, 펀더멘털 아닌 투자 심리로만 움직여
이달 말 대형 이벤트 앞두고 관망심리 나올 가능성 제기
투심 살아있고 악재 선반영 돼 상승세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올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외 증시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세계 경기와 기업 실적이 둔화되는 등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 부담스런 상황에서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더불어 이달 말 대형 이벤트들이 쌓여 있다는 점, 달러 약세 흐름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 심리를 억제할 요인으로 꼽힌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내외 증권사들은 향후 증시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오펜하이머 글로벌 주식 수석 전략가는 최근 미국 경제 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1월 주식시장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었다”며 “올해 전세계 대부분의 주요 지역에서 매우 낮은 주식 상승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미·중 무역 갈등,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등 불확실성 속에서 투심에만 의존해 증시가 크게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또 이같이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는 펀더멘털이 약한 상태에선 1월과 같은 상승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 1월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7.9% 올랐는데 1월 수익률로는 1987년 이후 최고치였다.

국내 증시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달라지는 접근법’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문제는 최근 지수 반등 과정에서 주가와 이익간의 격차가 너무 커졌다는 점”이라며 “지금부터는 지수의 상승탄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 12주 누적 수익률과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12주 누적 증가율 간의 격차는 2010년 이후 최고치인 25%포인트를 기록했다.

삼성증권 역시 이날 ‘방향선회 보다는 속도조절’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상승에 따른 피로도가 시장의 속도조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레벨업을 위해선 기존 악재의 해소 외에 새로운 호재의 출현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밝혔다. IBK투자증권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의 강한 상승은 펀더멘털이 아닌 센티멘트(심리)에 의해 움직였다”며 “시장의 한계가 분명해 한 템포 쉬어가며 펀더멘털을 확인하고 가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달러 약세 흐름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점과 이달 말 대형 이벤트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주요 6개국(유로, 일본, 영국,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월 31일 95.56까지 내린 이후 2월들어 상승하며 이달 10일(이하 현지 시간) 기준 96.6을 돌파한 상황이다. 1월 달러 약세로 인한 신흥국 증시자금 유입이 앞으로는 잦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달 말에는 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종료일(3월 1일)을 앞두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위험자산을 선호하던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특별한 악재가 없고 불확실성은 이미 반영됐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는 이미 알려진 악재로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악재가 해소됐다”며 “어느정도 조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투자 심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에서 향후 증시는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11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68포인트(0.17%) 오른 2180.73 마감했다. 그래프는 코스피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HTS
11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68포인트(0.17%) 오른 2180.73 마감했다. 그래프는 코스피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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