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과 11월 강남서 나란히 문 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강북 시내 면세점에 밀려 부진
올해 따이공 구매력 감소 전망에 입국장 면세점 개장 따른 경쟁 심화 악재까지 겹쳐

왼쪽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오른쪽에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사진=박견혜기자, 현대백화점그룹
왼쪽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오른쪽에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사진=박견혜기자, 현대백화점그룹

지난해 서울 강남에는 큼직한 면세점 2곳이 문을 열었다. 작년 7월 신세계면세점, 11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바로 그곳이다. 다만 이들 신규 면세점의 지난해 실적은 암울했다. 올해 상황도 녹록치 않다. 중국의 전자상거래법 시행으로 그간 국내 면세점 매출을 이끌었던 따이공(보따리상)의 구매력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개장까지 겹치면서 경쟁심화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문 연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4분기 매출은 700억원, 영업적자는 256억원이다. 일 적자폭이 42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시내면세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한 데 따라 프로모션 및 송객수수료가 증가한데다, 면세점 오픈으로 인한 일회성 광고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사업 초기이고 MD(상품기획자)가 다 들어온 상황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연내 프라다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유명 명품 브랜드 입점은 집객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또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인천공항점 개점 등으로 외형을 확장한 신세계면세점은 강남점 오픈 시기인 지난해 3분기 3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실적 부진의 이유로는 새로 시작한 인천공항점 운영과 함께 강남점의 매출 부진이 꼽힌다. 

이같은 강남 신규 면세점들의 부진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의 경우 백화점과는 달리 외국인 매출이 대부분이고,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보따리상 위주로 매출이 생긴다"면서 "보따리상은 매장 위치나 브랜드 가짓수, 상품 재고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오픈 초기 면세점들은 이런 이유로 기존 면세점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전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곳곳에 악재가 산적했다. 지난 2017년부터 가시화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 고객층인 따이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정부가 올 1월부터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면서 따이공들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도 내야 하는 등 이전보다 낮아진 수익과 복잡해진 과정들로 인해 따이공 숫자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현재 국내 면세점 매출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따이공이 줄면, 안 그래도 경쟁이 심화한 시내 면세점 상황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줄어든 따이공을 끌어들이기 위한 업체별 송객수수료 출혈 경쟁도 더욱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이면서,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게다가 올해 5월 중으로 문을 열 것으로 보이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도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안팎의 상황이 고루 좋지 못한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따이공 숫자 감소가 가시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아직까지 1월 매출 타격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따이공으로 인한 매출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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