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왕 국장 제네바행, 57세 복지부 복귀···고득영 국장, 소신 중시 실력파 정통 관료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라이벌은 아니지만 공교롭게 지난 2014년 이후 요직 등용 골목에서 자주 마주쳤던 보건복지부의 전병왕 국장과 고득영 국장이 3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경쟁할 지 주목된다.  

9일 복지부에 따르면 전병왕 국장이 이날 새벽 제네바로 출국했다. 복지부 전출과 외교부 전입,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등 그의 정식 인사발령은 11일자다. 

이처럼 외교부의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에 발령 받은 전 국장은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오는 2022년 2월 중순 복지부로 복귀할 예정이다. 1965년생인 그가 57세가 되고,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둔 미묘한 시기 귀국할 계획이다. 김강립 현 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이나 전 국장 전임자인 최종균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은 자녀 교육 문제로 3년 임기를 6개월 연장했었다. 하지만 두 자녀가 대학교를 다니는 전 국장은 임기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자녀가 대학교를 다닌다는 점은 그만큼 그의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김강립 실장이 제네바에서 복지부로 복귀한 것이 50세다. 오는 12일 귀국하는 최 공사참사관은 1970년생이다. 그와 공사참사관을 놓고 경쟁한 인물들이 김상희 보육정책관 등 1970년생이다. 그만큼 전 국장 나이는 해외 파견을 나가기에 일견 부담스러운 것으로 분석된다.   

전 국장과 고 국장, 2014·2016년 여름 보이지 않는 경쟁 벌여 

전 국장 인사와 관련, 공교롭게 최근 수년간 요직을 놓고 본의 아니게 경쟁한 인물이 바로 고득영 국장이다.  

전 국장과 고 국장은 행시 선후배 사이다. 전 국장이 행정고시 38회이고, 고 국장은 행시 37회다. 두 사람은 1965년생 동갑이다. 여기서 단순한 차이점은 고 국장이 재수를 했다는 점이다.          

전 국장과 고 국장은 서울대 84학번 동기다. 전 국장이 사회학과 출신이고, 고 국장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복지부에서 최대 학맥을 자랑하는 사복과 라인은 대개 사회학과 출신들과 격의 없이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기자가 10여년간 복지부를 출입하며 관심을 갖고 관찰한 결과, 전 국장과 고 국장은 서로 친하지는 않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정호원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의과학센터장이 있다. 그들보다 한 살 어린(1966년 1월생) 정 센터장은 고 국장과 사복과 동기이며, 학창 시절부터 절친 사이였다. 정 센터장은 서울대 84학번인 전 국장과도 친구 사이다.     

전 국장과 고 국장이 본격적으로 보건의료계 주목의 대상이 된 것은 지난 2014년 3월이다. 전 국장이 보험정책과장을 고 국장에게 넘겨주고 보건의료정책과장으로 옮기면서부터다. 하지만 전 국장과 고 국장의 ‘투톱’ 체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같은 해 7월 경 전 국장은 청와대로부터 콜을 받게 된다.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같이 근무하자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전 국장이 복지부에서 필요한 인재라며 청와대 파견을 사전 봉쇄했다. 대신 전 국장은 같은 해 8월 사회서비스정책관에 발탁되며 국장급으로 승진했다. 

이 청와대 파견은 결국 고 국장이 차지하게 된다. 고 국장은 같은 해 8월 정식으로 대통령비서실 파견을 명받고 청와대 근무를 시작했다.

전 국장과 고 국장의 의도하지 않은 경쟁은 지난 2016년 8월 이어졌다. 전 국장은 국방대학교 교육 파견에 이어 장애인정책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고 국장은 청와대 파견을 마무리한 후 한의약정책관으로 승진한 뒤였다.

당시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보육정책관이었던 J국장을 한직으로 좌천시키고, 고 국장을 보육정책관에 발령 냈다. 공무원만 지원할 수 있는 공모직인 한의약정책관의 경우 통상 2년간 전보를 제한하는 것이 관행이다. 쉽게 설명하면 공모직 특성을 살려 2년 임기를 보장해왔는데, 보육 관련 이슈 발생에 따라 정 장관이 고 국장을 보육정책관에 전격 발탁한 것이다.

고 국장 발령에 앞서 전 국장도 보육정책관 하마평에 올랐었다. 인사과장에 앞서 지난 2010년 보육정책과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장애인계에서 장애인정책국장과 장애인정책과장 등 당국자의 잦은 교체에 불만을 제기하는 시점이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정 장관도 쉽사리 전 국장을 장애인정책국장에서 보육정책관으로 발령낼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었다.  

이처럼 지난 2014년 여름과 2016년 여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쳤던 전 국장과 고 국장은 이번에도 복지부에서 요직 경쟁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전 국장의 해외 파견으로 3년간 이같은 경쟁은 무산됐다.                              

전 국장과 고 국장을 굳이 라이벌로 규정하기도 애매하다. 행시 동기도 아니고 서울대 84학번으로 묶기에는 공통점이 적고 뛰어난 동기들도 많아 적절치 않다는 분석이다. 과거 복지부의 ‘영원한 라이벌’로 불리웠던 이동욱 전 인구정책실장과 배병준 사회복지정책실장 사례와도 다르다. 아직 부이사관(3급)에 머물고 있는 이스란 혁신행정담당관, 정경실 보험정책과장과도 성격이 일부 다르다. 차라리 라이벌 구도로 묶으려면 고 국장과 정 센터장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그들은 너무 친해서 외모도 닮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전병왕 국장(좌)과 고득영 국장(우) / 사진=보건복지부
전병왕 국장(왼쪽)과 고득영 국장. / 사진=보건복지부

능력이 출중한 전 국장과 고 국장은 복지부에 필요한 인재  

능력적 측면에서 전 국장과 고 국장을 분석해보면 우선 전 국장은 원칙과 관료의 능력론으로 요약된다. 전 국장은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 입장에서 원칙을 중시하는 전형적 원칙론자다. 하지만 복지부나 본인 입장,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합리적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주변에 관료의 현실적 능력론도 설파한다. 행시를 패스한 사무관의 경우 초기에는 능력이 엇비슷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능력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복지부 일각의 행시 출신들은 능력이 비슷하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으로도 보인다. 과장과 국장 등 중간 관리자 이상으로 올라간 경우에는 후배 업무에서 핵심을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역할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한다.

고 국장과 차이점을 보면 전 국장은 장관 수행비서와 인사과장 등 지원 업무 경험도 갖고 있다. 전 국장과 고 국장의 허브 역할을 하는 정 센터장도 진수희 전 장관 밑에서 장관비서관을 역임했다. 전 국장과 정 센터장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고 국장은 소신으로 대표되는 정통 행정 관료다. 그는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시간을 두고 파악하면서 천천히 달아오르는 스타일이다. 업무를 완전히 파악한 후에는 장관 지시도 재고를 요청할 만큼 단련된 지식과 논리로 무장한 실력파다.

차도남으로 불리울 정도로 날카로운 엘리트 관료의 인상은 고 국장에게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다는 지적이다. 대개 인품이 휼륭한 권덕철 복지부 차관이 부내에서 선비로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진짜 충청도 선비는 고 국장(충남 금산 출신)이라는 말도 적지 않다. 

고 국장의 지인들은 “겉으로는 차갑게 보이지만 속정이 정말 따뜻한 사람이 그다”라며 “관료로서 소신도 중요하지만 상사들에 어느 정도 맞춰줘야 능력과 함께 빛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들은 “복지부 A실장과 B국장, C국장 등 이른바 아부파들도 모두 기본적 능력과 실력을 갖춘 인물들”이라며 “고 국장이 소신과 함께 다른 능력도 갖추길 희망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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