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없이 고용승계 했던 과거 삼성탈레스 인수사례 재조명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사진=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사진=한화

롯데카드 인수전이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고용승계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특히 한화가 평소 강조해온 의리와 신용 원칙으로 고용을 승계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참여자는 한화그룹과 하나금융이다. 두 그룹은 모두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지주회사 체제전환을 선언한 롯데그룹은 더 이상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어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들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또 하나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고용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계속해서 재계에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상황에, 뜻하지 않게 대량 실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을 하게 되면 피인수기업의 직원들은 상당수 길거리로 내앉게 된다. 이 때문에 롯데카드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인수전에 뛰어든 한화그룹이 이번 인수합병에 있어서도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지 주목받고 있다. 한 롯데카드 직원은 “직원들 입장에선 고용 문제가 가장 큰 걱정거리고 그래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그나마 한화가 인수하면 더 나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이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 것이란 기대감은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이유는 실제로 고용을 승계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탈레스, 삼섬테크윈, 삼성토탈 등을 인수하는 ‘빅딜’을 이뤄낸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고용과 관련해 그 어떤 잡음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당시 한 계열사에 있다가 한화로 인수돼 일하고 있는 한 부장급 인사는 “처음 삼성에서 인수 소문이 돌때만 해도 직원들은 불안감에 직원협의회를 만들어 고용이나 복지와 관련된 여러 조건들을 한화 쪽에 강조했다”며 “그런데 나중에 보니 고용승계는 물론, 오히려 복지가 더 좋아져서 처음 조건들을 내걸었던 것이 오히려 후회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을 한 부장이 있던 계열사는 오히려 인수전보다 직원이 훨씬 늘어났다는 전언이다.

한화그룹이 ‘신용과 의리’를 경영의 주요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고용 안정성 보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한화그룹은 특히 채용이나 고용과 관련해 위와 같은 원칙을 드러내는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해서 발 빠른 대처를 해왔다는 평가다.

이와 더불어 한화그룹이 롯데카드와 계열사가 중복되는 곳이 없다는 점도 고용승계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업종끼리 인수합병을 하게 되면 중복되는 직무 부문에서 정리해고가 일어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피인수기업 직원들이 회사를 나가게 되는데 한화그룹은 그럴 우려가 적다. 다만 이 같은 전망들은 모두 추측일 뿐, 카드업계 상황 등을 고려하면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한화그룹으로선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그동안 기대하지 못했던 효과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갤러리아 백화점 등 쇼핑 부문을 연계한 시너지를 내는 것은 물론, 한화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영역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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