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남양유업에 배당 관련 정관 변경 등 주주권 행사 예고
기대감과 경계감 섞여 아직까진 강한 움직임은 없어
“실제 주주가치 제고 되면 주가 탄력 받을 수 있어”

남양유업과 한진칼 주가 흐름. / 그래프=키움HTS
남양유업과 한진칼 주가 흐름. / 그래프=키움HTS

국민연금이 올들어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주주권 행사 모범 규준) 적용을 본격화한 가운데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종목들의 주가 흐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처음으로 경영 참여에 시동을 건 한진칼과 배당 관련 정관 수정 제안을 할 남양유업 모두 주가는 크게 상승하지는 않고 있다. 주주 가치 제고 기대감은 있지만, 표싸움 등을 통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경계감도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남양유업은 전날 대비 1.43% 오른 63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3.81%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을 감안하면 당장 큰 상승 흐름은 나오진 않은 셈이다.      

앞서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의 주주제안 결정에 주목을 받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수탁자전문위원회는 지난 7일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고 남양유업에 기존 이사회와 별도로 배당정책 수립 및 공시와 관련한 심의·자문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라는 주주제안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배당성향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연금의 목소리가 닿지 않자 이 같은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배당 증액 기대감이 높아졌고 이날 남양유업의 주가가 출렁였다.

하지만 주가가 큰 상승 흐름을 보이지 않은 배경에는 경계감도 함께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지분 구조만 놓고 봤을 때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까닭이다.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의 3대 주주이지만 지분율은 6.55%에 그친다. 최대주주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및 특수관계자가 가진 지분은 53.81% 수준이다. 이번 주주제안은 3월 주주총회에서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한진칼의 주가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결정에도 크게 상승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진칼 주가는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논의가 시작된 지난달 16일 3만800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들어 2만7000원대로 내려왔다. 국민연금의 제한적 경영 참여 결정이 난 지난 1일 장중 5.96%까지 상승해 3만원대를 넘보는 듯 했지만 이내 하락하면서 이달 8일 종가 기준 2만7250원에 머물러 있다.

한진칼의 경우 지난해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의 지분 취득 영향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KCGI가 경영권 분쟁보다는 주주로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고 발표했고 이어 국민연금도 제한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의 기대감이 다소 사그라든 모습이다. 게다가 내달 주주총회 표대결 결과도 예측이 쉽지 않은 점도 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7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조원태·이석우 이사 선임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표대결에 밀린 경험이 있다.

다만 상장사들이 이러한 압박에 밀려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주가 흐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광주신세계의 경우 배당금을 높여야 한다는 자산운용업계와 국민연금 등의 목소리에 최근 배당금을 증액했다. 이 영향에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움직임이 실제 결실을 맺게 된다면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