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당국은 영화, TV 등 영상물에서 배우들의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40%를 넘지 못하고, 주연배우의 출연료가 전체 출연료의 7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치솟는 스타급 배우 출연료에 상한선을 만들어 강제한 것이다. 중국출신의 세계적인 여배우 판빙빙(范氷氷)의 이중계약과 탈세 의혹이 계기가 됐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대개의 중국인들은 공감한 듯하다. 하지만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회의적이다.

우리나라도 스타급  배우의 출연료는 꽤 높은 편이다. ‘특 A급’ 라고 불리는 송강호 이병헌 하정우 류승룡 등은 7억원에 별도의 지분, 이정재 조인성 정우성 현빈 황정민 유아인 등도 6억원에 지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 지분은 손익분기점을 넘을 경우, 전체 수익금의 몇 %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경쟁과 비밀을 요하는 매니지먼트및 연예산업 특성상 이 역시 정확한 출연료는 아니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한마디로 배우 당사자와 투자 및 제작자만이 알 수 있는 구조다. '특 A급' 배우들의 TV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최근 1억5천만원에서 2억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었다. 2017년 10월에 발표한 국세청 자료엔 스타급 연기자 상위 1%는 20억원대의 연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들의 티켓 파워를 생각하면 고액의 출연료만을 탓 할 순 없다. 하지만 위의 실태조사에서 봤듯이 극히 일부 스타들에게만 과도하게 집중된 출연료는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정된 제작비에서 주연배우가 많이 가져가면 다른 배우들과 스텝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전체 대중문화예술인의 월소득은 평균 183만 원으로 조사됐고, 응답자 중에는 소득이 아예 없거나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도 32%를 웃돌았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 스타들의 고액 출연료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마약왕’ 장동건, 현빈 주연의 ‘창궐’, 하정우가 나온 ‘PMC: 더 벙커 ’의 흥행실패가 그것이다. 200억원을 들인 대작들의 잇단 실패는 영화산업 전체에 위기를 불러오기 충분하다.

자본주의 시장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스타급 배우의 출연료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처럼 출연료 상한선을 만들어 강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스타들이 공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준(準)공인 (유명인)이니 만큼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 및 동업자 의식은 가져야 한다. 더구나 같은 작업을 하는 스텝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극한직업’ 종사자임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스타의 그늘에서 한숨짓는 다른 배우들과 스텝들의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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