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두 달 만인 9일 영결식···고 김용균씨 어머니 “또 다른 김용균 생겨선 안 돼”

대전에서 온 수녀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에서 어머니 김미숙 씨를 위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전에서 온 수녀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에서 어머니 김미숙 씨를 위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영결식이 사고 두 달만인 오는 9일 치러진다. 김용균씨와 유가족, 하청노동자들은 용균씨 사망사고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와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공공기관으로의 정규직 전환 등을 이끌어냈다. 다만 원청의 직접 고용은 남은 과제다.

김용균씨의 장례는 지난 7일부터 오는 9일까지 민주사회장으로 진행된다.

김씨의 장례식장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김미숙씨는 지난 7일 장례식장에서 “두 달 동안 시신이 냉동고에 놓여 있어서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억울한 죽음이 안되게끔 누명을 벗어야 했다”며 “앞으로 용균이 동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김용균이 생겨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용균씨 장례가 두 달여 만에 치러진 것은 지난 6일 당정이 용균씨 사망사고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와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공공기관으로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다만 원청의 직접 고용형태가 아닌 새로운 공공기관을 만들어 여기서 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형태가 거론됐다.

이에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정부는 공공기관으로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지만, 유기적으로 통합된 발전 업무가 원청과 하청으로 나뉘는 외주화 구조는 극복되지 못했다”며 “발전 산업의 민영화와 외주화를 추진해 온 산업통상자원부와 공기업의 공고한 카르텔과 정부의 안일함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발전소의 업무는 모두 연관돼 있다. 이러한 설비 전체를 가진 발전소가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원청의 직접고용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용균씨와 유가족, 하청 노동자들은 사회의 작은 변화를 이뤄냈다.

이들은 그동안 발전 5개사와 산업통상자원부 모두 거부했던 연료환경설비운전 업무에 대해 발전소 직접고용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으로서의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냈다. 경상정비 업무의 정규직 전환 협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 원칙을 확인하고,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고에도 원청사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당정은 원청이 당초에 정한 금액대로 하청 노동자에게 임금 삭감 없이 지급하도록 해 부당한 ‘중간착취’를 없애기로 했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도 개정됐다. 개정안은 기존보다 노동자 안전권과 위험 업무의 외주화를 막는 차원에서 개선됐다. 개정안은 유해·위험작업의 도급 전면금지, 사업장 내 근로자 안전에 대한 원청업체 책임 확대,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권 신설, 안전 및 보건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담았다.

사회적으로 일터의 안전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외주화의 위험과 근절 필요성이 인식됐다. 당정은 김용균씨 사고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김용균씨는 사고 당시 혼자 석탄운송설비에서 운전 업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이 사고의 원인은 정부의 발전 부문 민영화 추진과 위험의 외주화 탓이었다.

2013년 발전정비산업 경쟁도입 1단계가 시행됐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1단계 경쟁도입 결과 민간 정비업체의 점유율이 2012년 말 35.7%에서 2017년 말 53.2%으로 17.5%포인트 늘었다. 이에 발전소는 위험 업무인 유해가스 제거, 수처리, 운전, 정비 등 발전과정의 전처리, 후처리를 모두 외주화했다. 이 일들은 주로 위험하고 더러운 일들이다.

위험 업무의 외주화 이후 하청업체들은 경쟁 입찰로 일거리를 받았다. 하청업체들은 낙찰을 받기 위해 낮은 금액을 써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가 줄고 2인 1조 업무 시스템이 없어졌다. 결국 김씨는 홀로 업무에 나섰고 사고가 난 그 순간에도 김씨를 구할 사람이 곁에 없었다. 발전사들은 하청 노동자 사고가 잇따랐지만 오히려 무재해 인증을 받고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김씨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는 3년째 무재해 인증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들 사망,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서부발전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사고 58건이 발생해 하청 노동자 12명이 죽었다. 위험의 외주화로 발전소에서 일어난 산재 사망사고 10건 중 9건이 하청노동자에게 일어났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발전노동자 40명이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92%인 37명이 하청노동자였다. 5개 발전사에서 2012년~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346건 사고 중 337건(97%)이 하청노동자 업무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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