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부문 역량, 올해 증권사 실적 좌우할 전망
증권 거래세 폐지, 브로커리지 수익성 확대 가능성 있어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험난한 영업 환경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레이딩 부문의 역량과 증권 거래세 인하 및 폐지 여부가 향후 실적을 가를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는 최근 상황에서 트레이딩 성적에 따라 전체 실적이 좌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까닭이다. 증권 거래세 이슈는 브로커리지(주식거래 중개) 수수료 수익과 연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트레이딩에 발목잡힌 증권사들, 올해도 중요성 높아져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다수 증권사들은 트레이딩 부문의 부진으로 지난해 저조한 성적표를 내놨다. 지난달 말 실적을 발표한 미래에셋대우는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461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8.66% 감소한 것이다. 세전 이익은 전년 대비 12.11% 감소한 5842억원을 나타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러한 실적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국내외 시장 하락세에 파생 등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4분기 순이익으로 104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 675억원 순이익에서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연간 순이익도 상반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3.4% 증가하는데 그쳤다. 중소형사인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전년보다 3.8% 감소한 350억원을 기록했다. 두 증권사 모두 지난해 하반기 증시 부진에 따른 운용 손실 영향이 전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역시 트레이딩 부문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올해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은행(IB) 부문만 잘해서는 좋은 순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 놓이고 있다”며 “특히 번번히 실적의 발목을 잡는 트레이딩 부문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증권사들은 앞다퉈 트레이딩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트레이딩 부문을 총괄직으로 강화했다. 더불어 한국투자증권에서 김성락 전 전무를 영입해 트레이딩 1부문 대표로 앉히는 등 인력도 보강했다. KB증권은 주식과 관련된 트레이딩 업무는 에쿼티 본부로, 채권과 관련된 트레이딩 업무는 FICC(채권·외환·원자재)로 재편하는 등 운용 전문성 제고에 나선 바 있다.  

◇ 증권 거래세 폐지, 증권사 이익 연결 가능성 있어 '주목' 

증권 거래세 인하 및 폐지 여부도 향후 증권사들의 실적에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메아리로 그쳤던 증권업계의 증권 거래세 폐지 목소리가 최근 정부 여당과 금융당국에 닿으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 지난달 1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금융투자업계 현장간담회에서 “이제는 자본시장 세제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며 “각종규제가 많은데, 현재 필요한 규제인지 옛날부터 있었던 규제인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거래세는 말그대로 이익과 손실 여부와 무관하게 주식을 매도할 때 부과하는 세금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코넥스시장에서의 주권양도(매도)에 대해 동일하게 0.3%의 세율이 적용된다.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어도 매도할 때 증권거래세 0.3%를 내는 것이 이익에 과세하는 조세기본 원칙과 맞지 않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만일 증권 거래세가 폐지되거나 큰 폭으로 인하된다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 증대 가능성이 높아진다. 증시 매매 활성화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증권 거래세 인하·폐지 이슈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고 “증권거래세 인하시 단타 매매 증가에 따른 회전율 확대로 증권업종의 전반적인 손익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거래세가 인하되더라도 증권사들의 수익성 증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995년 7월 증권거래세율이 0.5%에서 0.45%로 인하되었을 때 일평균거래대금은 4000억원 후반 수준에서 5000억원 초반 수준으로 6개월동안 일시적으로 상승한 뒤 오히려 거래대금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4월 증권거래세율이 0.45%에서 0.3%로 하락했을 때도 일평균거래대금이 6개월동안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험난한 영업 환경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레이딩 부문의 역량과 증권 거래세 인하 및 폐지 여부가 향후 실적을 가를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험난한 영업 환경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레이딩 부문의 역량과 증권 거래세 인하 및 폐지 여부가 향후 실적을 가를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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