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줄어들어 사납금 못 채울지 걱정···“택시회사만 배부르게 생겼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6일부터 3800원으로 오른다. 심야 요금은 4600원부터 시작한다. 서울시는 최종 조정된 택시요금을 16일 오전 4시부터 적용한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6일 오후 서울역에서 대기 중인 택시./사진=연합뉴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6일부터 3800원으로 오른다. 심야 요금은 4600원부터 시작한다. 서울시는 최종 조정된 택시요금을 16일 오전 4시부터 적용한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6일 오후 서울역에서 대기 중인 택시. /사진=연합뉴스

 

“기본요금 인상? 우리는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사장만 배부른 일이지.”

7일 오전 11시 2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에게 기본요금 인상에 대해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으로 인상될 예정인 가운데, 정작 일선에 있는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요금인상에 대한 불만이 높은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서울시는 오는 16일 오전 4시부터 서울택시(중형) 기본요금을 주간 3800원, 심야 4600원으로 18.6% 인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노사민전정 협의체와 공청회, 시의회 의견청취, 물가대책위원회 등 각계 의견을 종합해 최종 조정된 택시요금을 발표했다.

그러나 요금 인상의 당사자인 택시기사들은 기본요금 인상을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서울에서 20년 넘게 택시를 운전했다는 오학진(68)씨는 “회사 배만 부르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씨는 “법인택시를 모는 기사들에겐 좋을 것이 하등 없다. 정작 기사들은 기본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기본요금 인상 때문에 욕은 있는 대로 먹는데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기본요금 인상 배경으로 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꼽았지만 사실상 기사들이 얻는 실질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게 일선 기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기사들 사이에선 오히려 손님이 줄어들어 사납금을 채우는데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택시를 몬 지 한 달 남짓 됐다는 김아무개씨(57)씨는 “나처럼 주간 시간을 할당받은 기사들은 야간보다 손님을 태우기 더 어렵다”며 “요금 인상으로 안 그래도 적은 손님이 더 줄어들어 사납금을 채우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시민들은 기본요금 인상 소식에 부담감을 드러내고 있다. 택시를 종종 이용한다는 김아무개(27)씨는 “학교 갈 때 택시를 종종 타는데 기본요금 3000원이 3800원으로 올라버리면 부담이 많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실제로 택시가 전체 수송 수단에서 차지하는 수송분담률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2009년 4.3%였던 택시의 수송분담률은 2016년 2.9%로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버스의 수송분담률은 24.5%에서 26.2%로 1.7%포인트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점심시간 기사식당을 찾은 택시기사들도 기본요금 인상에 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곳에서 만난 박아무개(62)씨는 “요금 인상 후 6개월간 사납금을 동결하겠다고 하지만 그 이후에도 동결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지금껏 기본요금이 올라가면 사납금도 반드시 인상됐다. 나중에라도 사납금이 오르게 되면 실질적으로 소득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를 비롯한 택시기사들은 이처럼 택시요금 인상에 대해 승객 못지않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하루 12시간, 한 달 26일을 일해서 박씨가 손에 쥐는 돈은 130만원. 시급으로 따지면 4166원 꼴이다. 2019년 기준 최저시급은 835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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